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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lsavina Apr 20. 2021

15. 빈 그네

kalsavina의 테마에세이

어느 놀아터에나 있을 법한 그저 그런 그네


이른 밤 조카네 집에 들렀다가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돌아오는 길에 어디서 끼익끼익 하고 쇳소리가 들려서 소리나는 쪽을 보니 다름아닌 빈 그네가 흔들리며 내는 소리다. 방금 전까지 누군가가 타고 있다가 서둘러 가 버린 모양이다.

혼자 덜렁거리는 그네가 애처로워 보여서 한참을 쳐다봤다. 그러다 잠깐 앉아도 봤다. 어른의 무게가 버거울 그네가 더 불쌍해져서(줄 끊어질까 겁나더라 ㅠㅠ) 그냥 일어나 버렸다.

떠나기 전에, 빈 그네를 힘껏 밀어 줬다. 내가 떠난 자리를 지나갈 누군가가 그 삐걱이는 소리를 듣고 빈 그네를 잠시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어째서 모든 이야기가, 이렇게 아지고 허망해지는 걸까. 너는 내가 아닌데, 나를 닮지 않았는데, 심지어  인생  어느 구겨진 귀퉁이와도 겹쳐진 부분이 없는데.


중순을 넘긴 4월의 밤은 춥지 않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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