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savina의 테마에세이
이른 밤 조카네 집에 들렀다가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돌아오는 길에 어디서 끼익끼익 하고 쇳소리가 들려서 소리나는 쪽을 보니 다름아닌 빈 그네가 흔들리며 내는 소리다. 방금 전까지 누군가가 타고 있다가 서둘러 가 버린 모양이다.
혼자 덜렁거리는 그네가 애처로워 보여서 한참을 쳐다봤다. 그러다 잠깐 앉아도 봤다. 어른의 무게가 버거울 그네가 더 불쌍해져서(줄 끊어질까 겁나더라 ㅠㅠ) 그냥 일어나 버렸다.
떠나기 전에, 빈 그네를 힘껏 밀어 줬다. 내가 떠난 자리를 지나갈 누군가가 그 삐걱이는 소리를 듣고 빈 그네를 잠시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어째서 모든 이야기가, 이렇게 짧아지고 허망해지는 걸까. 너는 내가 아닌데, 나를 닮지 않았는데, 심지어 내 인생 그 어느 구겨진 귀퉁이와도 겹쳐진 부분이 없는데.
중순을 넘긴 4월의 밤은 춥지 않아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