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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하는 마음은 괴롭다.

by 박수종

타인에 대해 비난하는 마음을 품고 있을 때 그리고 그 마음을 주변에 막 이야기하고 난 후 기분이 좋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털어놓고 나면 그 마음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더 커진다. 말하고 털어버리라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품고 있을 수도 털어버릴 수도 없어 괴롭다.


말을 할수록 원망하는 마음은 더 커지고 형태를 갖추며 기정사실이 돼 날 더 괴롭힌다. 그렇게 남을 헐뜯는 자신에 대한 사랑이 메말라가고 실망감만 커진다. 안 좋은 걸 알면서도 타인의 단점은 왜 그토록 선명하고 보이고 멈추기 힘든 걸까? 나이가 들수록 유해지고 편안해지는 게 아니라 사리분별이 되면서 잘못된 것들을 쉽게 포착하는 날카로운 매가 되어가는 기분이다.


마음을 고쳐먹고 흘러 보낼 수 있도록 단련해야 한다. 나 자신을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안다 알고 있다. 그런데 자꾸 생각과 다른 행동을 하는 나에게 절망스럽다. 그런 나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아주 많이 힘들다. 자식을 키우며 그런 경계와 기준이 허물어지고 넓어졌다 생각했는데 다 허물어진 게 아니었나 보다. 얼마나 더 깨부수고 허물어야 할까? 사는 게 그런 걸 배우는 과정이라는 생각으로 힘을 내본다.


그런 마음이 많이 들수록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의 영감도 떠오르지 않고 기력이 소진된다. 정신없이 사람들을 만나 정제되지 않은 부정적 감정과 남들은 궁금하지도 않을 사사로운 이야기를 쏟아내고 후회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요만큼 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라는 자괴감에 기운이 쭉 빠진다. 입을 다물고 조용히 책을 읽고 그걸 꼭꼭 씹어 음미하고 내 것으로 만들며 매 순간 깨어있을 때는 모든 게 반짝반짝 빛나는 마음이 드는데 남의 흠을 찾아내고 아무 말이나 지껄이며 돌아다니니 나 자신이 쪼그라드는 거 같다.


다 이상한 사람들 탓이라고 변명해보지만 그걸 무심히 넘기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는 왜 자진해서 걸려들어 우스운 꼴로 버둥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마음이면서도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며 원망하고 혼자서 화를 낸다. 하루 아침에 모든 게 엉망이 된 느낌이다. 창조적 에너지가 그쪽으로 다 소진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은 기분이다.


내 마음하나 지키고 원하는 대로 끌고 가기가 어렵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얼마나 마음을 닦아야 할까? 말로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상처를 주고받는 걸까? 한 단계 넘어섰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책의 말을 나의 것으로 착각 한 것일 뿐 여전히 본성을 버리지 못한 채 잠시 꿈을 꾼 거였나 보다.


이성을 발동시키며 천천히 글을 써나갈 때의 나는 꽤 괜찮은 사람 같은데 감정의 휘몰아침 속의 나는 다섯 살 어린애 그대로다. 눈치만 빠른 억울한 어린애다.


그는 그의 삶을 살아가도록 놔두면 되는데 내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바꾸고 싶어 안달이다. 안 된다는 걸 알면서 왜 여전히 그 늪에 빠져 쓸데없는 힘을 쓰는 걸까? 그런 의문을 품으며 답답해하며 에너지를 쓰느니 그냥 그의 요구를 들어주고 잊어버리든, 단호히 거절하고 그 자리를 떠나는 게 현명하다는 걸 아는데 왜 집착하며 괴로워할까? 아마도 그는 내가 이 마음을 버럴때까지 그런식으로 나를 자극할지도 모르겠다.


내 일을 할 시간도 부족하고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걸 알면서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해 이런 구질구질한 글을 쓰고 앉아있다. 그 사람은 그의 인생을 살게 놔두고 나는 내 길을 간다. 그게 어렵나? 스스로를 괴롭히며 깎아내리는 짓은 그만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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