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생활 속 예술가로 살아가기 >
<생활 속 예술가로 살아가기>라는 주제가 떠오른 건 아주 오래전이다. 딱 이 문장이 떠오른 건 브런치에 글을 쓰고부터이지만 작은 씨앗이 심어진 건 아주아주 오래전이다.
어릴 때부터 뭔가를 그리고 쓰는 걸 좋아했다. 나에게는 그게 놀이였다. 친구나 친척 동생들과 어울릴 때도 내가 늘 놀 거리를 만들곤 했다. 재봉틀로 옷을 만드는 엄마 옆에서 자투리 천으로 서툰 바느질을 해서 인형 옷을 만들었다.
이 주제에 몰입하면서 옛날 기억들이 떠올랐다. 내 눈과 귀, 마음은 늘 모든 종류의 예술을 향해 있었다. 그래서 특정 직업을 향한 목표를 만들 수 없었던 거 같다.
누구에게나 인정받아 성공한 대단한 예술가만이 진정한 예술가라는 생각이 강하게 박혀있어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소박한 예술가로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아예 할 수 없었다. 예술가로서 인정을 받고 그 직함으로 사는 것을 부러워만 하며 시시한 일상에 대한 불만에 가득 찬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 유아교육 예술과목들을 강의하면서 유아는 타고난 예술가이며 그것을 잘 유지시키고 극대화시켜 끄집어내면 평생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교재 속의 말들이 나에게도 크게 다가왔다. 유아들을 키워줄 수 있는 것처럼 어른인 나에게서도 오래된 예술가를 끄집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의를 반복 하면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세상을 더 넓고 깊게 경험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교육과정을 나에게도 적용시키자 이 세상 모든 것들의 아름다움이 주체할 수 없게 쏟아져 들아왔다. 아름다움은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찾는 능력이었다. 이미 세상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그게 시작이었다. 명확하게 내 머릿속에 그 주제가 떠오른 것이. 그 문장이 떠오른 순간이 기억난다. 어느 날 거리를 걷고 있는 중에 그 문장이 떠오르자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 문장이 휘발되기 전에 적어놓고 싶어 거의 뛰다시피 집으로 들어와 잘 알아볼 수 없는 글씨로 휘갈겨 쓴 뒤에야 숨을 고르던 순간이 기억난다. 환희에 찬 미소가 지어졌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선지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도 어느 날 찾아왔고 날개를 단 듯 용기가 솟아났다. 그 용기를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일에 사용하고 어느 날 그림으로까지 데려다주었다.
그 이후의 삶은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충만하고 행복하다. 3년 넘게 매주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 글을 올리기 위해 매일 2~4시간씩 독서를 하고 필사를 하고 모닝 페이지를 쓰는 루틴이 만들어졌다.
1~3일이 걸리는 한 장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주변의 아름다운 것들을 찾기 위한 산책을 하거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고민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직접 그림을 그리며 몇 시간이 몇 분처럼 휘릭 지나가버리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됐다.
위대한 예술가로 살아가기는 내 목표가 아니다. ‘생활 속 예술가로 살아가기’를 평생하는 것이 내 목표다. 그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매일 내가 할 작업에만 관심을 쏟는다. 작년 이 맘 때쯤 시작한 그림과 지금의 그림을 비교할 뿐이다. 정말 많이 늘었다. 이런 작은 성공의 경험을 매일 느낄 수 있다.
50대 후반의 나이에도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과 성취감을 자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책을 읽고 필사를 하다 보면 아직도 이렇게 배울 게 많구나 하면서 신기해하는 내가 기특하다.
그림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팔로워가 23명뿐이다. 대부분 친구나 지인이다. 그래도 난 조급하지도 슬프지도 않다. 그냥 그곳에 올려진 56점의 내 그림들이 쫙 뜰 때 좋기만 하다.
내가 생각하는 ‘생활 속 예술가로 살아가는 방식’이다. 생활 속 예술가가 된 후 내 삶은 180도 변했다. 타인에 대한 불평, 불만, 가족에 대한 걱정, 미래에 대한 불안에 썼던 많은 시간이 작업 활동으로 대체됐다. 신기하게도 많은 불평불만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희석되어 갔다.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나에게 잘 맞는 생활을 발견했고 혼자로도 온전히 충만해지는 방법을 찾아냈다. 매일 할 아름다운 일들이 끝도 없이 대기 중이다.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며 그리고 싶은 것들을 어떻게 구현해 낼지 고민하면서 몇 시간을 보내고 실제로 그림을 그리면서 제일 좋아하는 색칠하는 순간은 늘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 그림을 그리게 마음먹게 한 색을 가장 먼저 색칠하는데 그 순간이 정말 좋다.
마침내 완성한 그림은 내 자식처럼 예뻐서 소파 내 옆자리에서 하루 종일 날 기쁘게 한다. 새롭게 찾아내 가꾸어나가는 생활 속 예술가로 살아가는 나의 삶을 여러분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나의 정원에서 여러분들의 꿈을 발견할 씨앗을 찾길 바라는 작은 마음이 가 닿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