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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취업, 불안은 늘 따라다닙니다.

하지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by 김까미

다시 입사했습니다. 출근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브런치가 소홀했던 사유이기도 합니다. 9월 중순부터 교육기관에서 추천해 준 회사의 Job Description을 보고 할 만하다고 생각되어서 이력서를 썼습니다. 회사에 맞춰서 나의 경험을 정리해서 자기소개서와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를 정리했습니다. 마감기한이 이틀이어서 빠르게 작성하느라 불안이 힘을 내서 집중력을 올렸습니다.


면접은 총 세 번 봤습니다. 팀장과 실무자 면접을 보고, 소장님 면접이 2차였어요. 마지막은 대표님 면접까지 보면서 경력직 면접은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생각되었지만, 요새 그렇게 세 번 보는 회사가 많다는 친한 동생의 증언에 힘냈습니다. 세 번의 면접을 보면서 불안이 때때로 나타났습니다. 때마침 읽었던 <당신의 불안은 죄가 없다>에서 불안을 마주할 때 나타나는 심리 반응을 6가지-상황 선택, 상황 수정, 주의 전환, 인지 변화, 불안 대처 모두 겪으면서 나를 이해했습니다.


최종 합격 통보를 받고, 입사는 2주 뒤 11월 첫 주로 정하고 잘 놀았습니다. 지인들도 만나고, 실업급여 처리도 무사히 마쳤습니다. 기준을 착각하는 바람에 한 달 치를 못 받을 뻔했지만, 유예기간을 활용해서 대처했습니다. 가족과도 여행을 다녀와서 추억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첫 출근을 했습니다.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기뻤습니다. 회사에 큰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사명감이 커지는 발단이었습니다.


금요일 오후 4시 회의에서 일을 하나 맡으면서 주말에 해야겠다며 신나서 퇴근했습니다. 결국 그 신남이 돌변해서 발목을 잡었습니다. 일주일 만에 이렇게 해내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과한 기대가 불쑥 튀어나왔어요. 당연히 하지 못할 내용이었고, 못했다는 좌절을 겪었어요. 잠이 안 오고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그래서 멈춰서 돌아봤어요.


‘내 친구가 이런 상황이라고 고민한다면, 나는 뭐라고 말해줄까?‘


그제야 과한 기대였고, 자동 사고 버튼이 눌렸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머리로 나에게 그런 사고 패턴이 있다는 걸 알고, 빠져나오는 방법도 알고 있지만, 넋을 놓으면 순식간에 잡아먹히고 원래대로 돌아가버립니다. 하지먼 괜찮아요. 이제는 알아차릴 수 있는 장치들이 있으니까요. 자동 반사가 일어날 수 있고, 반복할 수 있어요. 어른은 완성형이 아니라 성장형이니까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니 마음이 살아납니다. 나를 돌보는 기준을 놓치고, 나를 갈아서 넣으라고 하고 있었어요. 저울 위에 나의 건강과 돌봄도 같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잊었습니다. 왕복 3시간의 출퇴근을 일주일 했더니 준비된 체력이 소진되었었습니다. 지치고 피곤했는데 모르는 일을 더 하려고 했으니 버거웠습니다.


팀장이 본인이 주말에 일차적으로 해두겠다고 했는데도 그 말을 듣지 않았어요. 멈추고 돌아보니 상황이 다르게 보입니다. 일요일을 편안히 보내고 저녁에 들여다보니 팀장이 잘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정리만 해도 될 것 같아요. 그건 잘할 수 있어서, 정리를 하고 편안히 보냈습니다. 월요일 하루가 편안했습니다.


매 순간 이렇게 불안은 나와 함께할 것입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나는 불안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고, 내 삶에서 불안을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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