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것은 편하다. 하지만 덜 즐겁다. 혼자 사는 것은 편하기 때문에 좋다. 하지만 덜 즐겁기 때문에 좋지 않다. 삶은 고통스럽다. 혹자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인간의 뇌가 그렇게 생겨 먹었다. 생존을 위한 진화의 결과로 인간의 뇌는 고통에 민감하다. 반면에 행복에 대한 역치 값은 낮은 편이다. 때문에 인간은 전반적 삶을 고통으로 여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즐거움은 그저 삶의 윤활유 정도의 역할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하락 곡선을 그릴 수 있는 삶의 만족도에 제동을 걸고 다시 위쪽으로 끌어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지닌다.
혼자 사는 것이 즐겁지 않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즐거움은 기본적으로 기쁨과 흐뭇함을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기쁨과 흐뭇함은 다시 욕구 충족과 만족에 기인한다 (표준국어대사전). 욕구 충족과 만족은 생물학적 근거에 따라 일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즐거움 또한 본질적으로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특성상 즐거움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될 수 있다. 단편적 성질의 즐거움을 지속적 형태로 만들기 위해서도 사회적 관계망은 필요하다. 혼자 살면서도 즐거울 수는 있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속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조사 프로그램(International Social Survey Programme, ISSP)의 ‘가족과 성역할 변화(Family and Changing Gender Roles)’에 실린 2012년도 자료를 보면 한국 성인(만 18세 이상)의 절반 이상은 결혼한 사람이 결혼하지 않은 사람보다 대체로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긍정의 의견을 냈다. 사람들이 이미 경험적으로 행복이나 즐거움 같은 긍정적 심리는 관계 속에서 보다 쉽게 형성되고 오래 유지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1인 가구의 수와 비율은 점점 증가해 2019년 기준 30.2% (6,148가구)로 가장 높은 비중의 가구 형태가 됐다. 여기에 혼인율까지 급감하면서 혼자 사는 사람의 수는 점점 늘어날 기미를 보인다.
이에 대한 대안적 성격으로 동거에 대한 담론도 등장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퍼지고 있다. 2018년 한국사회동향조사(통계청 통계개발원)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의견은 20-40대에서 절반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를 보여줬지만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남녀가 함께 살 수 있다는 의견에서는 모두 절반을 훌쩍 넘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 대안은 전통적 가치관 속 혼인의 틀에서 완전히 독립하지는 못한 모습이다. 결혼할 의사 없이 함께 살아보는 것에 대한 동의 여부 질문에서 찬성한다는 사람은 25.2%에 그쳤다(ISSP, 2012). 즉 한국 사회에서는 혼인의 대안적 장치인 동거가 혼인을 전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임을 나타낸다.
현재의 혼인율의 감소나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는 답변율을 흔히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라고 심플하게 해석한다. 그리고 그런 경향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 외에도 스테레오 타입처럼 나오는 여성이 더 많은 교육 기회를 가지고 교육 수준이 높아지며 사회 참여율이 증가한 것과 같은 다양한 원인들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앞선 결과들을 보면 개인들이 혼인을 불필요하다고 여기거나 원치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 요인에 따라 선택에 제약을 받고 있고 때문에 이를 포기하는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현대의 젊은 층들은 누구보다 소통을 갈망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어 한다. 물론 모든 재화나 기회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이걸 누리게 해 줄 수는 없다. 그건 환상이다. 다만 그 선택이 시도조차 되지 못하고 포기된다면 이는 문제일 수 있다. 혼인의 옳고 그름, 출산의 옳고 그름을 떠들기 전에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은 따로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