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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이민자와의 대화

지나온 자들의 삶의 지혜

by 뉴질남편

1. 이민은 외로운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가족뿐이요, 지금 사귀는 사람도 나중에는 다 없어지거나 가까이 살더라도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2. 자기 관리를 잘해야 한다. 그리고 자녀관리도 잘해야 한다. 몸가짐을 똑바로 하지 않으면 꼬리표가 붙는다. 이성 픽업 절대 하지 마라. 아내 없이 밖에서 이성을 만나지 마라.


3. 어쩌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배우자의 모습을 이민을 통해서 본다. 한국의 바쁜 일상 속에서 그냥 넘겼던 것들이 이민 와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진정한 부부, 진정한 가족이 되는 기회가 이민이다.


4. 초기 이민자들이 하려는 노력, 불만, 도전, 고난, 아픔 등등은 이미 선배 이민자들이 다 겪어본 것이다. 지금 뭔가 새로운 것을 한다고 하지만 해 아래 새것이 없다. 이미 다 해본 것들이 요 이미 다 지나온 길이다.


5. 영어를 못하면 그냥 바보가 된다. 하지만 그 영어가 참 안는다. 나이가 들면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6. 자식이라도 잘되야지, 자식농사 망하면 인생이 허무해진다. 특별히 이민자에게...

7. 행복한 가정은 너무 아이들이 잘나서도 안되고 너무 못나서도 안되고 그냥 중간 정도 하는 것이다. 그 중간은 뉴질랜드 회사에 취직하여 빨리 결혼해서 가까운 곳에서 사는 것이다. 너무 잘나면 공부한다고 외국 나가서 못 보고 너무 못나면 집에서 자기 몫도 못하고 집에 있는 꼴 보기 힘들다.


8. 키위 사회에 진입한다라는 말이 잘못된 것이다. 뉴질랜드는 이민자의 나라이다. 그 속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그냥 우리가 한 섹트를 만들어서 살아가면 된다. 하지만 한국인은 인구가 너무 없다. 사람이 늘지를 않는다.


9. 어렸을 때는 아이들이 키위들(백인)과 더불어 논다. 하지만 크면 아시안은 아시안끼리 모인다. 어쩔 수 없다.


10. 날씨가 하루에도 수십 번 변하는 것처럼 여기 있는 키위들 역시 순식간에 돌변한다. 아무래도 날씨가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사람도 변하는 것 같다. 그러니 아무도 믿지 마라.


이런 이야기들을 들었을 때, 20년 후의 제 가족과 저의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이 생깁니다. 그리고 지금 왜 이런 모습으로 살지라는 초기 이민자들이 바라보는, 이해할 수 없는 오래된 이민자들의 모습의 이유를 조금이 나마이 해하고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아 이래서 그분이 이렇게 말했구나를 이해하게 되지요.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는 분들이 복 받은 것이고, 또한 그 이야기를 듣고 겸손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겸손한 귀를 가진 사람은 더 큰 복을 받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큰 복을 받은 사람입니다. 이런 복을 혼자 누릴 수 없기에 글로 표현했는데, 잘 전달했는지는 의문이 듭니다. 더 배우고 듣고 경험하고 소화해야 할 것들은 많고, 살아가야 할 현실은 빡빡하고,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갑니다. 모두 파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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