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아빠의 낙서장.

by 감성케이



'이 집 화장실 공사만 안했어도'
'그 날 아저씨가 아빠에게 술만 권하지 않았어도'


자꾸 모나지는 내 자신이 너무 싫어서

이 집을 떠나기로 했다.
언니랑 나중에 같이 짐 정리하라며,

친척분들이며, 가까운 지인을 비롯한 친구들 까지
모두 나 혼자 짐 정리 하는것을 말렸다.
괜찮다고 했지만, 솔직히 괜찮지 않아서
작은 짐만 먼저 정리하기로 했다.

안방으로 들어가 제일먼저 아빠 서랍을 열었다.
그 곳엔 아빠혼자 독학할거라며 사두었던

기타교재가 서너권있었고,
각종필기구들이 들어있었다.
그 중에 너덜너덜한 공책이 눈에 들어왔다.
새 공책도 있는데, 왜 안버리고 나뒀을까 해서

그 공책을 훑어보았다.

노래가사도 적혀있고,
성경구절도 적혀있고,

그냥 펜으로 쭉쭉 끄어놓은것도 있고 한걸보니
그냥 낙서장 같은 것인듯 했다.
너덜너덜한 공책을 넘기다가 한 페이지에서 멈췄다.

' 힘들다. 사는게 힘들다.'
'김동원 힘내 임마'
'사는게 외롭다'

삐뚤삐뚤 적혀있던 이 말.
짐정리는 더 이상 할 수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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