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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케이 Nov 05. 2018

29. 쉬는 법을 잊어버리다.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19개월로 접어든 아이는 자연스레 어린이집을 가게 되었다. 집에서 하루종일 있는 것 보단 아이도 자기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사회성도 키워지고 또 다양한 놀이도 접할 수 있으니 그게 아이에게도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처음 한 달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정도로 불안했다. 어린이집이 못 미더워서가 아니라 그냥 내 마음이 불안했다. 19개월까지 한번도 아이와 떨어져본 적이 없었기에 그 잠깐 떨어져 있는 시간조차 마음이 불안했던거다. 등원을 시키고 돌아와 일을 하면서도 아이가 잘 놀고는 있는지, 잠은 잘 자는지, 밥은 잘 먹는지, 엄마를 찾지는 않는지 늘 걱정이었다. 하지만 나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는 삼일만에 완벽 적응 하였고 오히려 어린이집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잘 적응하고 있구나..
대견한 우리아들.



그런데 사실 처음엔 그 모습이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엄마 껌딱지였던 아이가 이제 엄마 없이도 잘 지내니 나의 존재가 뭔가 작아진 기분이랄까? 하지만 그래도 잘 적응해주고 있는 아이 덕분에 처음의 그 불안한 마음이 없어지면서 나 역시 조금씩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그 시간이라고 해봤자 아이를 등원시키고 잠깐의 커피 타임을 보낸다거나, 마트을 혼자 편하게 다녀오는 것. 그것뿐이었지만. (그것도 재택근무를 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날은 그랬다. 모처럼 짧은 여유가 생겼다.

일도 빨리 끝났고 빨래며 청소, 저녁반찬까지 완벽하게 끝난 날이었다. 그런데도 아이의 하원시간까진 두시간정도가 남아있는상태. 이 두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적어도 워킹맘, 육아맘에게는 말이다. 순간 낮잠이라도 잘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뭔가 아까운 시간.


티비를 보고 있어도, 가만히 누워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뭔가 이 황금같은 시간을 그냥 버리는 것 같은 기분. 책이라도 읽어야되는건지 아님 뭘 배우러 다녀야되는건지, 저녁반찬이라도 하나 더 해야되는건지...사실 육아후, 가사일 후, 일한 후 조금 쉬어도 될만도한데 가만히 있는 이 시간이 왜 이렇게 아깝게 느껴지는지 정작 쉬어야지 하면서도 맘 처럼 편하게 쉬는 것도 되질 않았다. 마치, 쉬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시간이 생겨도 쉬질 못하고..


한때는 이런 생각을 한 적 있다. 나에게 하루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까하고.. 그 물음에 나의 대답은 그러했다. 그 동안 못봤던 친구들도 만나고, 가까운 곳에 여행도 가고 그게 안되면 커피숍에 가서 여유있게 책도 읽고 마음 편히 글도 쓰고 싶다고..그런데 이젠 시간이 생겨도 어떻게 쉬어야 할지 점점 방법을 모르겠다.

말 그대로....



쉬는 법을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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