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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원인 Feb 05. 2017

난제

민.원.상.담.실











쉬는 시간, 한 아이가 울면서 품에 달려듭니다. 

어디 살짝만 스쳐도 세상 떠나가라 울어버리는 아이들이 흔하기에 그저 그런 문제리라 생각하며 아이에게 묻습니다. 입가에 콧물과 눈물이 섞인 점액질 덩어리를 입술로 핥고서  겨우 감정을 정리한 아이가 말한 사연은 대충 이렇습니다. 


A라는 언니(함께 태권도를 하는 한 학년 위 언니)가 엄지손가락 만한 생쥐 인형을 선물로 주었다. 실리콘으로 만든 인형이라 덕지덕지 손때가 묻어 흡사 살아 있는 생쥐로 환생한 듯한 더러운 그 인형을 가지고 재미있게 놀았다. 그 모습을 본  A 언니는 다시 돌려달라 했고, 아이는 언니가 주었으니 이제 제 것이라 줄 수 없다고 버텼다.  아이보다 키가 크고 힘이 센  A 언니는 급기야 쥐의 꼬리를 잡고 당기기 시작했고, 이에 질세라 아이는 쥐의 머리를 잡고 필사적으로 잡아당기다 생쥐인지 닥스훈트인지 모를 만큼 쥐의 허리가 늘어나자 비명을 지르며 제게 달려든, 그런 사연이었습니다. 


아이 뒤에는 원래 주인이었던 A언니가 이미 울 준비를 마치고 저를 쳐다봅니다. 목소리는 같지만 발이 네 개가 되기도 하고, 두 개가 되기도 하고, 세 개가 되기도 하는 것은 무엇인지 물어 틀린 사람은 잡아먹었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만큼이나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나 또한 잡아먹히겠구나(울음을 멈추지 않거나, 집에 전화하거나) 그런 두려움이 허기진 오후의 위장을 훅 파고듭니다. 

집합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에 아이들은 사무실에서 나갑니다.  정답을 찾지 못하고 서성대다 용진상회에서 육백 원 하는 꼬질꼬질한 생쥐 한 마리와 눈이 마주칩니다. 묘하게 스핑크스와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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