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나 Sep 23. 2019

다시 치과를 다니며


1년 반 만에 늘 가던 병원에서 다시 치과 치료를 시작했다.


내 이는 잘 썩고 문제가 잘 생기는 편이다.

이제는 옛날처럼 나만 왜이러냐 불평하지 않는다.

타고난 나의 모든 것이 내 책임이다. 

내 잘못이 아니라 내 책임이므로 사랑하거나 미워하거나 잘 관리하거나 방치하는 것도 내 몫이다.





이번에도 마취가 제일 힘들었다.

주사로 잇몸의 앞뒤를 찔리고 있는 내게, 치위생사님이 늘 하는 말이 있다.

"그렇게 긴장하시면 안 돼요. 힘 빼세요"

나도 정말 그러고 싶다.

근데 잇몸에 가느다란 철심이 박히는 이 아픔에서 어떻게 힘을 뺄 수 있단 말이지?

그게 가능한가?





그리고 나는 늘 치료보다 입을 벌리는 일이 곤욕이다.

입안이 작은데다 턱관절 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의사선생님이 조금이라도 입을 크게 벌리려 아래턱을 손으로 누르곤 하는데 

그렇게 하면 나는 기도가 막혀 코로 로조차 숨을 잘 못쉰다.



이번에도 약 한시간동안 "크게, 크게" 소리를 열 다섯번은 들은 것 같다.

참다 못한 내가 치료중에 말했다.

"잉게 켕게 옝여"(이게 최대예요)

"네에네에, 힘드시죠. 그래도 좀 더 크게 아-"

"엥가 컥이 앙고아혀..."(제가 턱이 안 좋아서..)

"네에 힘드시죠~ 근데 기계가 들어가야 되서요~"




이 쯤 되면 어차피 내 말은 아무 소용이 없는 걸 깨닫고 그냥 견디고 또 견딘다.

치료하고 나오며 왼쪽 입술과 턱을 만져 봤다.

마치 다른사람, 아니 죽은 사람의 살덩이같다.

집에 와서 점심을 먹는데 왼쪽 혀와 피부에 감각이 없으니 자꾸 흘리면서 먹었다.

음식맛도 반의 반도 안 느껴졌다.






새삼 보통 때의 내 감각들이 나를 위해 얼마나 섬세하고 예민하게 활성화 되어있는지 느꼈다.

몇 시간이 지나 감각이 서서히 돌아왔다.

문득 내가 당연히 누리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당연하지 않은것인지 생각한다.







+

이 글을 쓰고 친구의 추천을 받아 치과를 옮겼다.

그 곳에서는 마취가 그렇게 아프지도 않았고 오래 가지도 않았다.

입은 무리하게 벌리지 않아도 괜찮았고 치료상황에 대해 계속해서 말로 알려주셨다.

치료가 힘들지 않았다.

병원을 옮겨 치료를 받고 감동해서 울 뻔했다.

내가 유별난게 아니었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 끝의 가장 맛있는 부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