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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나 Nov 12. 2019

괜히 들뜨던 그날의 나

바람에서 차갑고 달콤한 낙엽 냄새가 난다.

특히 계수나무에서 나는 설탕과자 냄새는 어떤것에도 비교할수 없을정도로 향기롭다.


이런 계절부터 캐롤을 찾는다.

어릴때는 의미도 모르면서 크리스마스라는 단어 하나에도 설레서 잠을 설쳤다.

초등학교 4학년쯤의 12월 초였던 것 같은데, 들뜬 나는 모아둔 용돈을 들고 집근처 문구점으로 갔다.

적은 돈이어서 살 수 있는 것이 얼마 없었지만 그래도 몇몇 장식과 반짝이 별, 흰 솜뭉치를 살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마침 아무도 없었다.

두근두근 하며 사온 것들을 꾸미려고 보니 우리집에는 나무가 없었다. 

작은 화분이 하나 있었는데 뾰족뾰족 이상하게 뒤틀어지며 자라는 알로에 나무였다.

그 위에 솜과 반짝이를 두르고 별을 달았다. 좀 남아서 현관의 액자위에도 장식을 했다.

그리고는 누군가 오기를 설레며 기다렸다.

그저 누군가가 놀라며 웃어주기를 기다렸었다.



제일 먼저 도착한건 퇴근한 엄마였다.

엄마는 피곤한 얼굴로 집안을 보시더니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알로에 화분과 내가 민망할 정도로 단 한번도 웃지 않으셨다. 

오빠도 시큰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빠는 새벽이되어야 오셔서 주무시기 바빴다.

우리집에 크리스마스는 아무런 의미도, 감흥도 없었다.

가족끼리 식사하는 일도 없었다.



그 뒤로 나는 절대 집을 장식하거나 꾸미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때 우울한 집에 있으면 견딜 수 없이 외로워 차라리 밖으로 나갔다.





그 때 어린 나는 다짐했었다.

크면 나만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만들겠다고.

옥탑방(왜 옥탑방이었지)의 나만의 집에서 맛있는 요리와 술을 준비해서 친구들을 초대해서

웃고 축하하는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만들겠다고.




미안하게도 나와 했던 그 약속을 아직까지도 못 지켰다.

하지만 아직 포기한 건 아니다.

어린 나에게 설명하기는 어렵겠지만 조금씩 조금씩 내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이 글을 오래된 캐롤을 들으며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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