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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나 Dec 16. 2019

연말에도 헤엄


내가 12월에도 수영을 하는 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

심지어 12월에는 아무도 수영을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수영장에 나올 줄이야..










이젠 수영장 매일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서로 익혀 눈인사라도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특히 옆 라인의 고급반 여사님은 수업후에 내 수영 자세를 보시고 도움 되는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시범을 보여주셨는데 한 마리의 우아하고 날렵한 물고기 같았다.

오아! 하고 물개박수를 치자 "아유, 나는 10년을 넘게 했어" 하신다.

여사님의 포인트는 한마디로 무조건 다리를 모을 것.

평영을 해도 재빨리 다리를 모을것.

덕분에 내 자세도 조금은 덜 엉성해진 기분이다.






저번주에 나란히 샤워를 하게 되어 여사님이 내 나이를 물으셨다.

올 게 왔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냥 솔직하게 말씀 드렸다.

내 팔을 살짝 찰싹 때리며 깜짝 놀랐다고, 애기인줄 알았다고 하신다.

따님이 나와 동갑인데 버얼써 결혼했다고.

그냥 웃어 넘겼다.


이게 요즘 알게 된 수영장의 비밀인데 다들 젖어있으니 생기있어보이고 젊어보인다.

거기에 똑같이 수모로 머리카락을 가리고 있으니 나이를 가늠하기가 좀 힘들다.



탈의실에서 로션을 바르고 선풍기로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자꾸 누군가 보고있는 것 같다.

자의식 과잉이여 뭐여.. 왜 시선이 느껴지지 하며 다른 쪽을 보며 뒷머리카락을 말렸다.

그러자 곧 어떤 아주머니가 다가오셔서 나에게 말을 거셨다.

 "자꾸 흘끔거려서 미안해요~ 동안이라고 그래서 자꾸 보게 되네~"

기분 탓이 아니었구나. 

그 아주머니는 여사님과 같은 고급반이다.

그런데 그 날 하필이면 내가 어린애처럼 멜빵바지를 입고 있어서 뭔가 괜히 민망했었다.












이제 네가지 영법이 제법 익숙해졌다.

나에겐 제일 힘들었던 배영 팔동작도 조금 여유로워졌다.

강사님은 내가 아직도 물에서 완전히 힘을 못 빼서 허리부분이 가라앉는다고 했다.

허리의 힘을 빼는거 도대체 어떻게 하는거야 하다가 오늘 좀 알았다.

배영할 때 머리가 잘 가라앉는 나는 상체에 자꾸 힘을 주는데 오히려 힘을 빼면 상체가 떠오른다.

그러다 옆라인에서 물이라도 튀어 당황하기라도 하면 다시 상체에 힘이 들어가지만.



그래도 내가 이렇게 물과 조화를 이루고 떠 있다니

수영에 익숙해진 지금까지도 놀랍기만 하다.



















오늘 수영을 하면서도, 샤워를 하면서도, 옷을 입으면서도, 집으로 가면서도, 

심지어 어젯밤 잠을 자면서도 한 곡의 노래가 머리속에서 반복재생 되었다.

요즘 디즈니 음악에 빠져서 조금씩 외우고 있는 중인데

마침 일요일인 어제 허리가 아파 작업을 거의 못했으므로 자정까지 계속 노래나 외웠다.

그래서 마침내 어제부로 완전히 외우게 된 곡이

91년 디즈니 인어공주 노래인 Part of your world.

아침에도 알람 대신 머릿속에 이 음악이 들리면서 일어났었다.






어릴때부터 디즈니에 흥미가 없었고 제대로 본 디즈니 영화도 없었다.

그러다 작년에 '미녀와 야수'영화를 시작으로 하나 하나 감탄하며 보고 있다.

괜히 인기 있는게 아니었구나.

영어노래 외우기가 좋은 이유는 마치 내가 영어를 잘 하는것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멜로디만 음음음~ 하고 얼버무리던 노래를 완벽히 이해하며 부를수 있다는 소중한 기쁨.

그 조그마한 기쁨을 온전히 누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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