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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Jul 22. 2022

하루일과 기록) 문제는 잠

20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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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관리의 시작 : 하루일과 기록



자청의 역행자라는 책에서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하루에 두 시간씩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이 역행자로 향하는 단계 중 하나이며, 본인도 하루 두 시간 꾸준한 투자를 통해서 인생을 바꾸었다고 한다. 하루 두 시간. 하루 두 시간 시간을 내서 책 읽고 글 쓰는 게 그렇게 힘들까? 생각이 든다. 이 하루 두 시간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쉽고 어떻게 보면 참 어렵기 그지없다.


솔직히 말해서 하루 두 시간 내는 거, 그리 어렵지 않다. 하루에 한 두 차례 화장실에서 핸드폰 쥐고 있는 시간 20분, 커피 마시면서 보는 핸드폰 10분, 점심시간 핸드폰 하거나 자는 시간 중 10분, 출퇴근길 혹은 이동할 때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시간 10분, 아침에 눈떠서 뒹굴거리는 시간 10분. 이렇게만 해도 벌써 1시간이다. 자기 전에 습관처럼 핸드폰 켜는 시간 1시간. 2시간, 만들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사실 더 쥐어짜면 충분히 더 만들 수 있다. 점심시간에 식당에 가는 대신 도시락을 먹거나 안 먹는다면 +20분, 낮잠까지 포기한다면 +30분 ~ 1시간. 위에서는 고려하지 않았던 출퇴근 시간을 활용한다면 그 시간에서도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2시간까지도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실천해보면 참으로 어렵다.  


나는 21년 3월 15일부터 하루 일과를 30분 단위로 기록하고 있다. 기록은 2주 단위로 묶어서 하루 평균 몇 시간을 내 미래를 위해 투자했는지 카운트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세 가지다. 책 읽는 시간 + 글 쓰는 시간 + 주식 공부하는 시간. 통계를 내어 보니 이럴수가. 하루 두 시간 이상 이어온 주간이 네 번 밖에 되지 않는다. 마지막은 작년 9월로, 벌써 10개월이나 더 전이다. 매일 30분 단위로 시간의 사용처를 체크하고 있음에도 그렇다. 의미 없는 웹서핑과 핸드폰질로 한두 시간 뭉텅이로 날아가는 모습을 두 눈 뜨고 기록하고 있어도 쉽게 나아지지 않는 것이다.

2주 단위 공부+독서+글쓰기 일 평균


사람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는 쉽게 익숙해져 버리는 것을 여기서 잘 알 수 있다. 기록을 이어나가는 초반에는 반짝 시간이 늘어나는가 했지만 어느 시점 이후로는 제자리걸음이다. 전체 평균으로는 하루 1.4시간, 마지막으로 하루 평균 2시간 시간을 냈던 주기 이후로는 1.25시간. 하루가 24시간인데 하루에 고작 1시간 15분 만을 미래를 위해 쓰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평일뿐만 아니라 주말을 포함해서다. 어떤 일을 능숙하게 수행하는 데 있어서 1만 시간이 필요하고, 대학교 4년 과정을 이수하는데 최소한 2000시간이 필요한데 하루에 한 시간으로 어느 세월에 1만 시간을, 최소 요건인 2000시간을 달성한다는 말인가.


하루 두 시간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막상 해보면 이렇게나 힘들다. 의식적으로 시간을 늘리려고 일 년 반 동안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 시간을 채 채우기 힘든 주기가 누적되고 있다.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물론 제가 해봤는데 쉬운데요? 님이 의지력이 떨어지든 지능이 떨어지든 둘 중 하나인 듯..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분도 있을 것이다. 새삼 궁금하다. 나만 이렇게 어려운 걸까? 무려 18개월이나 매일같이 일과를 기록하고 있는 이 시트에서 2시간 이상 독서와 글쓰기, 공부를 위해 투자한 주기가 4주기, 주기당 2주씩 8주밖에 되지 않는 것이 과연 정상인 걸까? 솔직히 매일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것도 아니고 출퇴근 시간이 한 시간 두 시간 걸리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 가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챙겨야 할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닌데.


원인 파악을 위해서 통계를 조금 더 이용해 보기로 했다.

주력 사용처 비율_무지성 통계

(전체 사용처를 대상으로 비율을 나눈 통계다. 이 통계에는 시간 카운트를 위한 숫자와, 날짜, 엑셀의 가독성을 위한 빈 칸 등을 오려내지 않고 통째로 넣었기에 하루의 13% 만을 일에 사용하고 나머지 시간은 인생을 즐기는, 그런 천국과도 같은 삶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님을 미리 밝혀둔다.)


이 통계가 참으로 무섭다. 나는 새벽 6시부터 밤 24시까지를 기록한다. 밤 24시부터 6시까지는 기본적으로 취침시간으로, 따로 기록 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은 일이라고 적고, 6시가 넘어서도 잠을 자면 잠이라고 적는다. 웹서핑과 기타 쓸데없는 핸드폰질 하는 시간은 인터넷이라고 적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일 하는 시간과 인터넷 하는 시간이 같다. 잠자는 시간은 일하고 인터넷 하는 시간보다도 거의 50%가 많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는다고 자랑에 자랑을 했지만 사실은 그만큼 시간 확보가 안 되고 있는 상황(하루 미래를 위한 투자 시간 2시간 미만)이고, 혹여나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주말에 밀린 잠을 보충하고 있는 실정(일 하는 시간보다 잠자는 시간이 많음, 그것도 6시 이후로)이다.


충격적이다. 나는 내가 잠을 이렇게나 많이 자는 줄 몰랐다. 그리고 일 하는 시간만큼 인터넷을 하면서 시간을 버리고 있는 줄도 몰랐다. 설마 하니 내가 일하는 시간만큼이나 같은 시간을 쓸데없는데 버리고 있다고? 하루에 기록하는 시간이 24시간에서 잠자는 6시간 빼고 18시간이다. 하루 최소 10시간은 일로 빠지는데, 그렇다면 평일 기준 8시간의 대부분 그리고 주말은 어지간하면 잠을 자거나 눈 뜬 시간은 핸드폰을 쥐고서 혹은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을 버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통계대로라면 야근이든 밤을 새든  하든  하는 시간 고대로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그만큼의 시간이 충분히 나온다! 동그란 통계판에는 //인터넷 말고도 독서하는 시간과 게임하는 시간 운동하는 시간,  먹는 시간, 수다 떠는 시간, 넷플릭스 보는 시간, 전화하는 시간 기타 등등이 모두 들어 있다. 그런 잡다한 시간은 시간대로 쓰면서 /인터넷 부분은 오롯이 덜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시간의   이상을  미래를 위해 투자할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생활은 생활대로 하면서 말이다.


밤 24시부터 아침 6시까지는 잠자는 시간으로 기록하고 있지 않지만 막상 밤 24시 이전 꼬박 잠에 드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주말 전 날은 두 시, 세 시 까지도 깨어서 인터넷을 하다가 잠에 든다. 다음날 오전은 어김없이 잠으로 보내게 된다. 평일에도 늦게 자는 날이면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오전 독서는 물 건너가고 그 시간은 '잠'이 채운다.


이렇게 보면 잠만 제 때 자도 당초 계획한 대로 시간 분배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어차피 늦게 잔다고 해서 그 시간에 글을 쓴다거나 책을 읽는다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간혹 가뭄에 콩 나듯이 그런 날이 있는데 그날이 공교롭게도 오늘이다. 오늘은 위 통계가 너무 충격적인 덕분에 날을 넘겨서까지 글을 쓰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손에 꼽을 만큼 빈도가 잦지 않다. 그렇기에 대부분은 잠만 일찍 자도 다음 날 오전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그 오전 시간의 확보가 내 미래를 위한 아주 중요한 기초가 되어줄 것으로 생각된다.


위의 통계에서 알려주는 이야기는 '잠'이 더 필요하다는 것. '인터넷'은 '일'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 현재 가장 필요한 건 '잠'이기에 잠의 질을 높이는 것을 먼저 해보자. 일찍 자는 것만큼 잠의 질을 높이는데 중요한 건 없다. 정말 피곤해서 밤 10시에 잠을 자는 날은 11시에 자는 날과 12시에 자는 날과 차원이 다르게 몸이 가볍다. 고작 2시간 차이인데도 불구하고 그렇다. 2시간 일찍 잠에 든 만큼 더 자는 게 아님에도 그렇다. 사실 그걸 알아도 일찍 자는 게 어렵다. 보통 10시에 침대에 눕더라도 핸드폰 혹은 스마트패드와 함께하는 한 시간, 두 시간이 있기에 그렇다.


그렇다면 잠자리에 전자기기를 들고 가지 않아야 잠을 일찍 잘 수 있게 되는 걸까? 그 달콤한 시간을 없애야 되는 걸까? 나에게 '일'보다 중요한 '잠 & 인터넷'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 짜릿한 경험을 덜어내야 '잠'과 '인터넷'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걸까. 확실히 침대에 누웠을 때 핸드폰이 없다고 생각해보면 취침시간이 적어도 30분은 당겨지지 않을까 싶다. 정 전자기기가 보고 싶으면 전자책을 읽든지 말든지.


솔직히 자기 전에 핸드폰 좀 안 본다고 해서 큰일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막상 잠자리에 핸드폰 없이 향한다고 생각하면 머리 한 구석에서는 찬성하지만 한쪽에서는 격렬하게 반대한다. 벌써 뇌가 절여진 것이다. 자기 전 핸드폰 하는 시간의 달콤함에. 나도 안다. 이 글을 마무리하고 침대 속으로 들어가는 내 오른손에는 어느새 10개월째 사용 중인 스마트폰이 들려 있을 거라는 걸.


설령 오늘은 그럴지라도, 내일은 바뀌어야 한다. 오늘부터 바뀌면 좋겠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큰 욕심이다. 일단 문제점 파악에 성공했으니 실천 방안은 차차 생각해봐야겠다. 어떻게 하면 잠을 일찍 잘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자기 전 핸드폰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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