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다이어리에 끼어넣었다
좋아하는 계절 봄이 지나고 봄이 왔다.
봄이 오는 것이, 계절이 바뀌는 것이 그만큼
세월이 빨리 가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아서 환영하는 마음을 갖고 있진 않았다.
그런데, 봄이 왔음을 체감할 수 있는 것들 중
벚꽃 봉오리가 꽃을 피우기 위한 준비를 갖추고
푸릇한 작은 새싹들의 싱그럽게 자라나고 있는 것을 보니
나도 마음먹은 것을 시작하고 내 안에서 그 싹을
잘 자라게 하고 싶은 동기로 이어진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벚꽃나무들과 벚꽃들은
또 얼마나 예쁘고 아름다운가
눈으로 봄을 담고 몽실몽실한 벚꽃을 마음에 담아
둘 수 있어 참 좋다.
벚꽃이 만개한 거리를 걸으면 벚꽃이 주는
분위기에 이끌려 화려하고 근사한 세상으로
초대되어 잠시동안 아무 걱정 없이
마음껏 즐거움을 느꼈는데
4월이 끝 무렵이 된 무렵
벚꽃 잎이 떨어진 나무를 바라보면
헛헛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잠시동안
즐거움과 아름다움으로 행복을 가득
느끼게 해 준 벚꽃이 고맙다.
길을 걷다가 바닥에 우수수 떨어져 있는
벚꽃잎들이 마주하니 아쉬움으로 인해
쉽게 지나칠 수 없어 그곳에 쭈그리고
앉아 떨어진 벚꽃 잎을 길 한쪽으로 옮겨논다.
없어지고 떨어진 벚꽃들이지만 아름다움은
변치 않았다. 나는 봄의 아름다움을
보다 더 가까이에서
간직하고자 떨어진 벚꽃 잎을 하나 집어
다이어리를 펴고 소중히 잘 끼어넣어 넣는다
행복을 전해준 봄의 사랑스러운 이 꽃을
다시 언제든 볼 수 있어 이제는 아쉬웠던 감정들을
놓아버릴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