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리면 ‘혼’난다

정신 없는 세상

by 강하단

“정신 차리면” 곤란하다, 오히려 ‘혼’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라는 푸념이 있다. 아무리 정신차려 살펴봐도 참된 세상의 이법 같은 것이 손에 잘 잡히질 않는다. 그래서 사람 법에 의존하는데 법은 명확하고 고민하지 않아도 옳고 그름을 즉각 말해 준다. 이 말인즉슨 사람의 정신이 아니라 법 정신으로 살아가는 세상이란 뜻이다. 정신을 차려 무언가 하다보면 사회법에 걸리기 일쑤가 되어 버렸다. 법이 알려주는 정답을 외워 잘 알아 두어야 한다. 어린 시절 우리에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라 하셨던 부모님과 선생님들께 항의라도 하고 싶어진다. 정신 차리면 큰 일 날 수 있고 법 정신에게 혼날 수도 있게 되었다.


사람의 정신이란게 참 묘한 구석이 있다. 이게 아무런 실체가 없다. 마음 속에 맺히는 개념을 통해서만 잠시 모습을 드러내고는 어딘가로 다시 사라진다. 처한 상황에서 상황에 맞게 나름 생각해서 만든 개념의 모습을 통해서만 그 사람의 정신을 가름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즉 개성있는 삶을 위해서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런데 개념 만드는 정체성에 문제가 생겨 버렸다. 언젠가부터 수많은 개념이 이미 지식이란 이름으로 넘쳐나게 만들어져 있는데 왜 굳이 새로운 개념을 만드냐고 한다. 대신 지식 개념을 받아들이는데 집중하라고 한다. 계몽이란 그럴듯한 단어까지 쓰면서 말이다. 지식 개념은 너무나 훌륭한 것들이라 많은 경우 정제되어 정형화되고 심지어 표준화를 거치기도 한다. 문제를 담은 상황이 생기면 해결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지식을 찾아야 하게 되었다. 정답이 생긴 것이다.


개념과 지식에 정답이 있으니 경쟁이 생기고 순위가 매겨지게 되었다. 이제 정신차려 상황에 맞게 개념을 만들면 이미 시간이 늦어 버려 경쟁에 밀리고 순위가 형편 없어진다. 상황 문제를 바로 풀 수 있는 정답 찾는 능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상황에 맞는 정답 찾는 “개념”을 배우는 웃지못할 세상이 되었다.


수능만점자를 영재, 천재라고 하고 부러워한다. 정답 맞추는 뛰어난 능력을 하늘로부터 타고 났다고 볼 수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상황에 맞는 정답 지식을 맞추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 또는 거의 유일한 길이 되었다. 정신 차리면 이레저래 큰 일 나게 생겼다.


정신 차리면 영혼의 ‘영’ 까진 아니더라고 ‘혼’은 나가 버릴 수 있다. 혼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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