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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리하다 문뜩 깨달았다, 이 책도…

조금만 기다려 줘, 다시 만나자

by 강하단
책에게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줘,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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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이사를 앞두고 있다. 역시 책이다. 정리할 때가 되었어! 이렇게 결심한 나에게 문득 책들이 말을 걸어왔다. “지금껏 기다려 왔는데..”


책을 정리하며 지난번 정리할 때와는 달리 이번에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사고 읽고 생각하는 그 순간 책은 나의 전부요, 우주였다. 한 순간을 보낼 때 여러가지에 마음을 줄 수는 없다. 온전히 함께 할 대상을 찾아 순간의 모든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한다.


한 순간 모든 것을 함께 한 책은 책꽂이에 꽂힌다. 그것으로 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곰곰이 생각하면 참 슬픈 일이다. 별게 다 슬프다 하겠지만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잊혀진 책은 그렇게 한 사람의 기억 속 한 작은 자리만 차지할 뿐이다.


책은 자신을 산 엄청난 일을 한 사람과 다시 만나 또 얘기하고 위로하고 힘과 아이디어도 주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책은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 책은 잊히고 오직 책 주인의 깊은 무의식 속 낚시대 드리운 상황에서 재소환되기만을 기다린다.


사람도 책과 비슷한듯 다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그 순간은 두 사람에게 서로가 모든 것이요, 우주의 전부다. 책과 닮았다. 만남이 끝나면 각자의 위치로 돌아간다. 이것도 책과 유사하다. 한가지 다른 점은 누군가는 또 다른 만남이 생기길 기다리고 누군가는 다시 만날 생각이 없다. 책과 다른듯 하면서도 어찌보면 비슷하다.


책도, 사람도, 당신을 언제까지나 자신의 책장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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