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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면 Nov 09. 2019

[단편소설] 이유는 없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아무도 이유는 알지 못했다

첫번째 이야기. 고민


나에겐 말 못할 고민이 있다

그 고민의 해결책 역시 스스로 알고 있음에도

부끄러워서 일까 두려워서 일까 좀처럼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지못하고 똥마려운

강아지 마냥 안절부절 못했다


순간순간 혼자서는 그 고민을 해결하는데에

큰 문제는 없으나 여러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확실히 곤란해져 매 번 구실을 대어 여러번

프라이빗한 공간을 왔다갔다 해야만 했다


이런 고민같은건 범 국가적이나

어떤 단체들의 도움이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나 이런것을 이해할리

만무하다는 생각을 했다


'철저하게 개인의 몫' 이었다  


어떤 이들은 당당하게 어떤 고민에 대하여

공표하고 도움을 받거나고민을 극복의 발판으로

더 나은 특별한 인간의 취급을 받는것이다


여하튼 나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류의 극복스토리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분명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느날 올 것이 왔다  


갑자기 지하철에서 나의

말 못할 고민으로 문제가 생겨버렸다


문제가 생기기 전 분명 난 그것을 감지하고

전 역에서 내렸어야만 했다


이런식으로 분명 위기를 모면하는

시나리오는 여러 번 시뮬레이션 된 터였다


그러나 순간 들어오는 어떤 남자의

자켓지퍼에 내 가방의 고리가 끼어버렸다

일순간 당황해 허겁지겁 고리를 빼려고

노력하던 중에 문은 닫혀버렸다


나는 순간 당황해서 소리를 질렀다


"안돼!"


그 어떤 남자는 분명 아무런 잘못하지 않았다

출근시간에 쫒겨 부랴부랴 출근하는 길이었으리라

지퍼가 달린 자켓 같은거 어쩌면 평생 입지 않다가

처음 입었을지도 모른다


그 어느날은 흔하디 흔하게 문틈에 한두명 끼어서

다시열리는 상황조차도 벌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매일 매일 당연스럽게 열리고 닫히는 문이었을 뿐이다

그 순간 분명 그 역에서 내렸어야만 했다

나는 그 찰나의 순간 등줄기로 식은땀이

한방울 흘러내렸다


지하철은 그렇게 그 역을 출발해 버렸다


다음역


다음역에서 나 이외에 내리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누군가는 내렸지만 그건 이미 사람들이 아니었다

반대편 역사로 넘어가 집으로 들어간 뒤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한참을 고함쳤다

"난, 잘못한게 없어! 난 잘못한게 없다고!"


두번째 이야기. 변신


"안돼!"

지하철 내부는 순간 빛으로 가득찼다

치익! 치익!

"다음역, 다음역은 기적역 내리실 문은 오른 쪽 입니다"  

기적역에서 울려퍼지는 정체 불명의 지하철은 빛나는

빛으로 가득 찬 채 멈춰서 같은 방송을 연이어

내뱉고 있었다


사람들은 당황하며 그 빛 속으로 들어 갈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순간 누군가 빛으로 가득찬 지하철 안에서

뛰쳐나오더니 머리를 쥐어잡고 뛰어서

반대편으로 간 뒤 곧바로 들어온 열차를 타고

반대편으로 도망치듯 사라졌다


몇몇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빛이나는

지하철 주변에서 사진을 찍거나 무슨 방송 촬영을

하는 것 아니냐며 투덜거리며 돌아갔다


빛으로 가득찬 지하철 내부의 빛은 1분정도 계속된 뒤

순간 삐-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그 안에서 보인 것은 전부 여자들이었다  

한명의 얼굴을 하고 있는 여자들은 각기 다른

사이즈의 옷을 입고 다른 나이의 모습으로

지하철 밖의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분명 한 사람인데 여러사람이다


"꺄아악!"

지하철 내부에서 여기저기 비명이 들려왔다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들고있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댔다

지하철안 몇몇의 여자는 얼굴을 가리거나

구석에 몸을 웅크려 버렸다

몇몇은 소리지르며 도망치듯

내렸고 지하철은 문이 닫혔다


어떤 이들은 태연한 척 했고 기적역의 일부 사람들은

지하철에 함께 탑승했다


어느 날 출근길 지하철 아무도 이유를 모른채로 다른사람...

아니 같은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갑자기 변해버린 사람들로 인해 병원과

국가기관 종교단체들에 전화가 폭주했고

뉴스는 연일 이 현상에 대해 보도했다


"사람이 아니라니까…"

나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중얼거렸다


세번째 이야기. 보균자


지하철 한대 분량의 사람들이 한 여자로

변해버린 이 사건을 뉴스에서는 알 수 없는

현상이라며 연일 보도를 해댔고 해외

언론에서도 이 엽기적인 사건에 집중했다

한 종교 커뮤니티에서는 수근대며

이들이 초능력을 쓴다느니 신의 형상을 한

사람들이 아니냐며 열띤 토론을 되풀이 해 댔고

군과 경찰은 합동하여

이 변해버린 사람들을 찾으러 혈안이 되었다

정부는 이 현상에 대해 바이러스로 규정짓고

사람들의 제보를 받았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감시설에 감금되어 각종 검사를 받았다

이들이 변화하기 전에 가지고 있었던 기억들은

그대로 존재 했으며 나이는 변하기 전 그대로였다

수 많은 위치에서의 그들이었으나

하나의 존재로 변해버리면서 어떤이는 직장에서

짤리거나 어떤이는 이것을 계기로 소셜미디어에서

추앙하는 인기스타가 되었고


군대로 복귀하다가 졸지에 여자가 되어버린 통에

전역하게 된 어떤 이의 이야기도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들을 마녀라고 규정짓고 각종 그녀들을

스토킹 한 데이터베이스 x파일등을 인터넷에 유포하기

시작해서 사회의 파문을 일으켰다


어느날   


'나'를 봤다는 제보가 뉴스를 떠들썩하게 했다

내가 반대편 지하철로 뛰어가는 cctv 그들은

나를 바이러스 유포자로 지목했다  

아이스크림을 사서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어떤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급하게 방호복을

씌웠고 어두운 차에 태웠다

난 그렇게 납치되어 한참을 어둠속에 있었다

빛이 보였을때는 어느 격리실의 전등 밑이었다


"자넨가? 이 말도안되는 일을 만든 이가."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저음... 한중년 남자가 나와의 대화를 원하고 있었다


네번째 이야기. 전이


"당신이 보균자인가?"

"… 어쩌면 그런식으로 불릴 수 있겠네요."

"대체 왜 이런 일을 저지르는 거지?"

"그냥 실수였을 뿐입니다."

"실수라고?"

"통제하고 있었어요 분명내가가진 이

신의 저주를 오랜 시간동안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단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 다 끝났어요

나는 노력 했었습니다. 병원에 가보기도 하고

심각하게 목숨을 끊어볼까도 했어요! 당신들

아무도 믿지 않았어! 내 말을 믿지 않았다고!"

"사람들을 되돌릴 방법은 없는건가?"

"그런건 난 모릅니다."


순간 밖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휴대폰들에는 긴급 재난 문자가 발송되어

여기저기서 진동소리와 소음이 난발되었다

스피커에서 멀었지만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전이된 이들에게서 발작이 일어나 여기저기서

변신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다시 마이크를 추스르는 소리가 들리고

저음 목소리의 남자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말 해! 말 하라고! 세상 사람들을 당신 하나로

만들셈이야?! 그들은 변화를 원하지 않아!"

"원해서 되는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요…"


고개를 숙이고 있던 보균자는 어둠속에서

빛이 비추는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 얼굴은 수백명… 아니 수천명…

지금은 수만명의 얼굴이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전부 다, 내가 되겠죠."


다섯번째 이야기. 완전범죄


어느 해 지는 인적드문 산기슭에서

둘은 피투성이가 된 채 싸우고 있었다

숨은 헐떡이고 둘 다 셔츠의 단추는

풀어지고 진흙이 뭍어서 넝마같은 옷으로 보였다

둘은 쌍둥이같은 외형이였으나 살아온 환경에

이끌려 얼굴의 모양이 변한 듯 다른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인상을 조금 더 찡그린 한쪽에서

헉헉대며 소리쳤다

"이렇게 까지 해야겠어?!

우리 사랑하는 사이였잖아!"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반대편의 하나는

다른 하나의 다리쪽으로 무섭게 돌진했다


"으아아아아아아!"

순간 나무 뿌리를 밟고 중심을 잃어 미끄러졌다

공중으로 잠깐 떴다가 떨어지며 머리쪽을 돌에 부딛혔다

잠시동안 꿈틀거리다가 이내 조용해졌다

여자는 죽은 것을 확인하고 차에 태웠다

낭떠러지로 차를 밀어버리고 휴대전화를 눌렀다

"누군가 차에 탄 채로 낭떠러지로 굴러떨어나봐요!"

분명 타살사건이었는데 좀처럼 범인은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피 범벅이었는데도 한개의 혈액 한개의 채취

그 어떤 지문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피해자의 흔적들로만 도배가 되어있었다

애초에 상대방이란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둘은 같은사람이었으니까

스스로는 저주라고 생각했다

나는 나 스스로가 싫었는데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내가 되어버렸다  


그날 나는 나를 죽였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세상에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렇게 유령처럼 살기위해 노력했다

어두컴컴한 취조실에서

나는 잠깐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여섯번째 이야기. 다른 결과 


점점 그 개체수는 늘고 늘어

이미 통제는 불가능 했다

처음엔 그 정신까지는 침범이 되지 않았지만

갈수록 뇌 세포까지 잠식당하고 복제당하여

이전의 기억같은건 다 지워지고 말았다


이 변이는 결국 하나의 개체가 지구의

인간들을 다 변이 시킬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피아니스트는 피아노를 칠 수 없었고 화가들은

더 이상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이 현상은 유럽과 아프리카까지 전이되어

다른 언어들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뇌는 정확히 자동차를 밀어 스스로를 죽인

그 시점으로 아니 사랑하던 이를 죽인 시점으로

디폴트 되었다


어떤이는 고통속에서 죽고 어떤이는 미쳐서

자책을 하며 거리를 활보했다 놀라운 현상이었다

그들은 이미 하나의 개체였지만

서로 다른 결과를 도출해내고 있었다


변이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분명 완벽치

못한 상태로 변수를 만들어 내는것이 분명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는 있었지만 분명

매일 매일 그들은 나를 심문했다


처음에는 해부라도 할 것처럼 무섭게 몰아쳤지만

세상에 널린것이 나와 같은 몸뚱아리였기에

그 원본은 훼손하지 않는다고 했다


저음의 목소리 남자

어느날 그의 목소리가 나와 같아졌다

그러고 몇일 뒤 방 문이 열렸다


최후 경계선까지 이미 무너진 듯 보였다

나는 밖으로 당당히 나섰다


그렇게 세상은 전부 내가 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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