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나미술관 2024 기획전,「불안해방일지」
코리아나미술관 2024 기획전, 「불안해방일지」-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
코리아나미술관/SPACE*C, 2024년 8월 7일~11월 23일
강남 압구정동 코리아나미술관/스페이스*C에서는 지난 8월7일부터 11월23일까지 「불안해방일지」라는 주제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9명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모여 “불안해방”에 대한 모색을 시도하는 전시이다. “불안해방일지”라고 하였으니, ‘불안해방’을 위해 노력하는 진행형의 과정을 기록하며, 그 노력의 성과를 정리하여 제안하려는 것으로 짐작하게 한다. 우선 젊은 작가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관찰한 “불안”에 대한 이해와 정의, 그리고 그에 대한 해법의 모색이 아티스트로서의 예술적인 접근이면서 신선하고 창의적인 전망(perspective)을 읽어낼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특히 이번 전시참여 작가들은 과거 어느 때와도 비교하기 어려운,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성장 과정을 오롯이 겪어낸 젊은 세대들이다. 이들의 시선과 생각으로 바라보는 오늘날의 “불안”에 대한 평가와 극복의 대안들을 볼 수 있다는 기대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회화, 영상, 사진, 퍼포먼스, 사운드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불안 이해와 해방일지를 기록하고 있다.
“불안(不安)”이란 무엇인가? 불안은 사전적으로 보면, “편하지 않고 조마조마한 마음 상태”를 의미한다. 왜 인간은 불안을 느끼는가? 불안은 인간의 보편적 경험으로서 불안을 발생하게 하는 대상은 객관적이기 보다 주관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동일한 상황이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며 다양한 불안 형태로 발전되기도 한다. 불안과 유사한 개념으로 ‘두려움’이 있는데, ‘불안’이 모호하고 일반적이며 대상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불특정하고 막연한 것에 대해 일반적으로 갖는 마음상태라면, ‘두려움’은 대상이 분명한 실재적 불안으로서 특정하고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반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둘은 차이점이 없이 유사하게 혼재되어 ‘불안’으로 이해된다고 할 수 있다. 불안, 또는 두려움이 주는 spectrum은 매우 넓고 두텁다. 개인과 사회영역 전반에서 인간은 불안으로부터 자유롭기가 어렵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기획전의 참여 작가들은 개인의 관점에서 사회적 차원으로 범위를 확대하면서 불안의 요인을 살펴보며 그에 대한 해법을 찾고자 한다. 이들의 <불안해방>에 대한 접근 방식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불안에 대한 이해와 진단, 그리고 치유에 이르는 과정을 모색하려 하며, 불안의 실체, 구조와 발생 원인에 따라 이를 대하는 방식과 바람직한 극복과 치유를 모색함으로써 불안의 굴레에서의 해방을 도모해 보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우선 「조주연」과 「도유진」은 불안의 실체와 불안의 구조를 살펴보려는 의도를, 그리고 「신정균」은 불안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속성을, 「백다래」는 불안으로 야기된 혼란스런 감정의 영향에 대하여 탐구하는 작품을 완성하였다. 이어서 「이원우」는 불안의 발생 원인으로 불확실성을 주목하면서, 「양유연」은 불안에 대한 반응을 개인이 보이는 대응 의지에 초점을 두며, 불안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나아가 「이예은」과 「김지은」은 불안을 극복하는 해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또한 「김미루」는 실제 행동을 통해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한 소통이나 공동체의식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행동을 유발하려 한다.
인간에게 “불안”은 흔하면서도 심각한 종류의 것이라는 인식이 심어진 것은 이미 오래된 것이다. 인간의 보편적 심리현상이며, 영원한 마음의 문제이기도 하니, 종교적 철학적 해결방법이 아니고서는 달리 대안이 없다는 인식도 퍼져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심리학, 정신분석학, 철학 등 학문적 명제로서의 연구주제로 접근하여 다양한 시사점을 제안하며 연구가 지속되고 있으나 실제로 현실의 인간들에게 얼마만큼 타당하게 와 닿는 결론이 도출되는 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은 엄연하게 인간과 인간의 삶을 여전히 위협하고 있다. 행복하고자 하는, 편안하고 자유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꿈과 욕망에 큰 걸림돌이 되거나 급기야 좌절을 경험하게 하는 인자로 존재한다. 따라서 이를 깊이 있는 분석과정을 거쳐 문제를 찾고 그래서 이로부터 벗어날, 해방을 시도할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은 결코 포기하기 어려운 인간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조주현」은 “불안”의 발생 원인을 “불확실성”에 근거하여 작업하였다. 그는 <지지대>, <무착륙비행> 이라는 두 개의 영상작품을 통하여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였는데, 인간의 삶에서 겪는 다양한 직.간접적 경험이나 의사결정은 인간에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자극요인이 될 수 있으며, 현재 이후의 모든 일들은 누구도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미래에의 불확실성은 인간을 불안 상태로 이끌게 된다. 이런 역학구조를 스토리텔링으로 영상작품을 완성하였다. 조 작가는 지난 팬데믹 상황과 게임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아 불안의 실체를 탐구하고자 하였다. ‘출구’도 없고, ‘도착지’도 없는 절망적인 “불안”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명제를 확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를 알면 답을 찾기가 다소는 수월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도유진」은 영상작가로서 실제 사건을 Motive로 하여 불안의 구조를 파헤치려는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하였다.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현상을 고발하면서, 사회적 불안을 야기 시키는 구조적 문제가 도처에 퍼져있지만, 이를 방지할 제도, 또는 사건 발생이후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이 없다는 것을 고발하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피해자들을 통해 불안의 원인극복을 시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사회적 환경요인으로 부터의 불안은 보다 더 구체적인 것이기에 오히려 불안의 정도가 직접적이고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사회적 모순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통해 <불안> 요인은 무력하거나 미온적인 대응보다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굴복이 아닌 극복이 가능하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제시하려 한다.
「신정균」이 전시한 ‘모큐멘터리’ <미래연습>은 가상의 상황극을 연출하여 실제 상황처럼 스토리텔링을 전개하는 형식의 영상작품이다. 신 작가가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사회적 구조의 모순된 측면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개인과 사회는 불가분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 두 대상으로부터 사회적 재난, 즉 사회적 불안과 발생상황을 대하는 개인과 사회적 시스템의 역할과 태도를 주목하고 있다. 개인은 곧 사회요, 사회는 개인의 집합체이므로 보다 더 깊은 몰입과 관계의 진정성이 요구되는 경우 이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느껴진다. 사회구조에서 발생하는 숱한 불안요소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에 속한 구성원 개개인들의 마인드와 사회 참여시에 적극적인 행동이 요구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백다래」 작가는 <인 앤 아웃>이라는 영상작품을 통하여 현 사회의 복잡성과 그 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정체성 혼란을 자각하는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고자 한다. 자신의 자아와 감정은 상황에 수시로 영향 받으며 변화한다. 원천적으로 불안발생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적극적인 마인드와 행동을 통하여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오늘날은 디지털혁신의 시대이다. 디지털화됨으로 해서 삶의 방식은 과거와는 달라졌다. 또한 자기 주도적 삶과 더불어 타인과의 소통에 의하여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도 하는 사회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러한 변화에 대처하면서도 보다 핵심적인 상대와의 소통이나 상호적 관계에 대한 행위에는 소홀하거나 외면하는 사회측면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적이고 시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방식의 삶의 모습은 스스로에게 불안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일이다. 불안이란 자기 존재의 불확실성에서 기본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원우」 작가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느끼는 불안을 표현하고 있다. 스테인레스 스틸 거울화면에 짧은 문구를 새겨 넣은 연작들인데, 작품을 통하여 <불안>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 불안을 해소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를 반대로 환기시킴으로서 당연히 받아들이려는 역발상을 불안 극복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불안이란 지나친 희망, 기대, 욕구, 상대적 박탈감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지나치게 크고 먼 것들에서 불안감이 발생할 수 있다면, 오히려 일상적인 언어, 평범한 수준의 개념들에 집중함으로써 스스로 능력 밖의 것들을 주목하기 보다는 실행 가능한 것들에 주목하라는 손쉽고 평범한 해법들을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작가는 관람자들이 스테인레스 스틸 거울에 쓰여 진 편안한 문구들을 읽으면서,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과 겹쳐지는 것을 확인하길 바라는 의도를 담고 있다.
「양유연」은 <휘광>, <그늘진 나 자신을> 이라는 작품을 통하여 한국화가로서 개인이 겪는 불안과 사회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불안에 대하여 표현하고 있다. 결국 그 원인에 대한 개인의 대응이 관건이라는 것을, 자극에 반응하는 개인에 의하여 불안에 대한 의식이 드러나거나 그 정도를 조절하게 된다는 해석을 작품을 통하여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대상과 자신 사이의 상호적 역학관계라고 한다면 자신이 대응하거나 의지에 의하여 불안의 원인을 조절할 수 있으며, 그로인한 불안의 인식은 스스로의 제어능력에 함수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예은」은 사진작가이다. 그가 사진작품 <무모 연작>시리즈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중의적이면서 무겁지가 않다. 경쾌하고 재치 있으며, 여유 있고 긍정적이다. 사진속의 ‘매달린 사람’은 작가 자신이거나 바라보는 관찰자이거나, 모두에게 적용될 실재이다. “매달리다”의 의미는 이루고자 애쓰는 행위이기도 하고, 견뎌야 하는 고통이지만 대가가 주어질 전제의 과정이다. 따라서 과정을 따르는 고통과 희생의 대가를 대신할 가치이기도 하다. 이 작가는 이런 식의 상징적 행위를 통하여 인간의 욕망은 이중적이며, 그만큼의 대가가 요구되는 일이므로 스스로 선택한 빛과 그림자라고 은연중에 강조하고 있다. 사람들의 불안 발생은 자신과 관련된 것들의 불확실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예은 작가의 작품은 이런 메시지를 담아내면서도 감정에 충실한 듯, 정작 작품은 유머와 서글픔이 교차하는 페이소스를 담아내고 있다.
「길이 재기」, 「높이 재기」 등의 제명은 그의 고통과 위험스럽게 보이는 실제 행동을 사진에 담아내면서 이것의 상징과 은유를 암시하며 “인간의 불안”을 확인하는 우회적인 해독을 이끌어 내려한다. 스스로 담과 다리의 길이(높이)를 재기 위해 자신의 몸으로 그 역할(척도)을 대신하려 한다. “무모”한 행동이지만, 이는 스스로 직접 “불안”을 대처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남이 대신해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노력으로 불안에서 벗어나겠다는 강력한 도전의지이며, 달성 가능성이 높은 실천적 행동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것이다. 이 작가는 “불안해방”을 위한 방법으로 자신의 “마음 다스리기”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확실한 논리적 기반이 있는 고전적인 방식으로서, 젊은 작가다운 신선한 발상으로 다수의 연작을 통해 일관된 주제의식을 실험하듯 작품화하고 있다.
「김지영(109)」은 공예, 드로잉,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하고자하는 multiple artist이다. 이번에는 sound와 드로잉(Drawing)을 결합하여 <불안>을 해소하거나 극복하는 방법을 추구하고자 하였다. 작가는 팬데믹 시기에 사람들이 두렵고 외로운 상황에서 겪는 극심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연스럽게 부르는 휫파람 소리에 주목하였다. 두려울 뿐인 전염병이 창궐한 시기에 통제되고 격리된 사람들이 그래도 외로움과 두려움, 불안을 극복하기 위하여 부르는 휫파람 소리를 수집하고, 그것을 악보로 옮겨 이를 새로운 유형의 예술작품으로 완성하였다. 실제로 수집한 휫파람 소리를 재생하고, 그것을 악보로 전환한 후, 드로잉 작품으로 휫파람 소리를 비주얼로 시각화하였다. 휫파람 소리는 상황이 절망적이거나 외롭고 쓸쓸할 때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소리이다. 이 소리들을 수집하여 순서를 정하고, 악보를 그리고, 휫파람 소리를 시각화하였다. 3위 일체가 된 것이다.
「김미루」는 흙이라는 재료를 상대와의 소통을 위한 도구와 모티브로 삼고자 한다. 결국 불안을 야기하는 여러 이유 중에 사람과의 몰이해와 소통의 곤란함이 있을 수 있다. 소통이란 상대에 대한 이해, 공감 그리고 배려 등에 의해 가능해 질 수 있는데, 소통을 위한 도구, 또는 마중물의 개념으로써 흙을 서로 빚어가면서 상대와의 협동과 협업을 통해 함께 모색하는 과정에서 서로 편안한 마음 상태를 느끼게 되는 프로세스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언어는 사용하지 않고, 몸짓, 손짓, 표정, 시선 등 비언어적 수단으로만 상대와 대화하며 흙을 빚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유발되는 다양한 감정들을 나누고 공유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의 교감과 위로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이번 기획전시는 일거양득의 의미가 있을 법하다. 즉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불안」에 대한 예술적 탐구와 더불어 작가들이 보여주는 해법, 즉 예술적 접근을 통해 관람자들은 창의적인 영감을 얻어 관람자만의 고유한 해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하려는 반응을 자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또한 2000년 전 스토아학파의 철학자 「세네카(Lucius Annaeus Seneca, Ad 1-65)」는 불안을 해소하는 방안에 대해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홀로 고독 속에서 내면적으로 깊이 침잠하기 보다는 오히려 “건전한 대외활동”, 즉 타인에 이익이 되는 공적인 분야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면서 사회생활을 통해 마음을 단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였는데, 필자는 이번 기획전시 <불안해방일지>와 관련한 의미 있는 단서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따라서 이번 기획전시는 9인의 젊은 작가들이 개성적으로 불안의 원인과 치유방법의 모색을 대외적인 소통 방식과 예술적 접근이라는 두 가지의 경로를 동시에 다루면서 <불안해방>이라는 공통과제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시도를 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강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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