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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Jun 23. 2021

과일계의 계륵, 앵두

빛깔 고운 앵두차를기대하며...

빨갛고 동그란 건 앵두~~

앵두 같은 내 잎술 예쁘기도 하지요~~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한여름 화창한 하늘 아래 터질듯한 빨간 옷 입은 앵두가 가지마다 빼곡하게 달려있다. 바라보고 있으면 노래 한 구절 나올 것 같은데 끝까지 아는 노래가 없어 그냥 흥얼거리다가 만다. 마치 사람의 마음을 유혹하듯 새빨간 빛깔을 반짝이고 있는 앵두의 자태에 못 이겨 한알 따서 입에 넣어보지만 목으로 넘기는 과육보다 뱉아야 하는 씨앗이 더 크다는 느낌에 귀찮아 그냥 지나칠 때가 더 많다. 먹자니 썩 당기지는 않고, 그냥 두고 보자니 그 고운빛이 아깝다. 작은 알갱이를 따서 무언가 하려 해도 시간이 많이 든다. 어쩌면 과일계의 계륵 같은 존재이다.


마침 남편이 한 손을 다쳐 붕대를 감고 있어서 당분간은 거친일을 할 수가 없는데, 그래서 무료해하는 남편에게 살살 앵두 좀 따면 어떻겠는지 물으니 좋다고 한다. 한알 따서 입에 넣고 두어 알 따서 바구니에 담으며 아주 재미있어한다. 한참을 따던 남편은 사진을 좀 찍어 달라며 그 순간을 즐기고 있다. 다행이다. 시시한 일을 시킨다고 불평할 줄 알았는데 이쁜 앵두알을 보면서 사랑에 빠진 것 같다. 한참을 따던 남편은 이만큼이라며 자랑을 한다. 중간 정도의 담금병으로 한통은 나올 것 같다. 남편이 앵두를 따는 동안 주변에 구절초를 심은 나는 온몸이 너무 지쳐 만사가 귀찮았다. 따놓은 앵두를 어쩌지 못하고 그냥 들어가 다음날 아침까지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왔다 갔다 하며 자기가 따놓은 앵두가 그대로 있는 것을 본 남편은 마음이 쓰였는지 자꾸만 앵두 이야기를 한다. "앵두 뭐할 거야? 언제 할 거야? 빛깔 진짜 이쁘다." 하면서 내가 앵두를 잊고 그냥 대전으로 올라갈까 봐 자꾸만 주지시킨다. 아무래도 자기가 직접 딴 앵두에 애착이 가는 모양이다.






아침을 먹고 인터넷을 찾았다. '앵두'라고 치니 여러 개의 앵두 효능과 활용법이 나온다. 가장 간단해 보이고 후에 잘 소비할 것 같은 방법이 설탕에 재웠다가 물에 타 먹는 방법이었다. 앵두와 설탕을 1:1로 섞어서 한 달쯤 히면 앵두 빛깔의 액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액을 물과 1:3 정도의 비율로 타서 마시면 맛있는 앵두차가 된다고 하니, 익은 후에 잘 걸러서 손이 닿을만한 곳에 보관하면 자주 먹을 것 같았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앵두의 몸에 좋은 효능들은 다음과 같다.

기운 순환을 촉진하여 위로 올라간 기운을 내려주고, 수분대사를 활발하게 하여 몸이 붓는 것을 막아주며, 혈액 순환을 돕는다. 또 소화기관의 기능을 튼튼하게 하고 속을 편하게 한다. 입맛을 돋워 주는 성분이 있어 식욕을 끌어올리는데 효과적이다.

앵두술은 피로를 풀어주고 식욕을 돋워 주는 작용을 한다.

또한 동상에 걸렸을 때 앵두의 즙을 내어 바르면 효과가 있다.

꿀에 앵두를 재워두고 오미자차를 마실 때 앵두 몇 알 올려서 함께 마시면 음식 궁합도 맞고 감기도 예방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저런 효능 들을 가지고 있는 앵두를 그냥 지나칠 뻔했다.

앵두는 씻을 때도 조심해야 한다. 손에 힘이 들어가면 과육이 터져 쓸모없게 된다. 물에 담가 살살 흔들어 바구니에 건져서 물이 빠지기를 기다린다. 목욕을 한 앵두는 더욱 이쁘다. 담금용 통에 물 빠진 앵두와 설탕을 번갈아 넣으며 빛깔 고운 앵두 원액이 만들어 지기를 바랐다. 남편의 마음도 흡족해 보인다. 앵두빛의 얼굴로 소박한 미소를 짓는 남편을 바라보며 내 마음에도 앵두빛의 행복이 차오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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