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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그 힘든 여정에 희망이 되었던 말

둠벙 맹글먼 깨구락지 모이는겨!

by 강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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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라는 단어에는 모든 삶의 애환이 다 담겨있는듯 하다. 누구나 쉽게 시작하지만 누구나 다 돈을 버는것은 아닌것이 장사이다. 그럼에도 처음시작할때는 세상의 돈을 다 벌것같은 마음으로 시작한다. 얼마지나지 않아 기대와 현실은 다르다는것을 깨닫고 좌절하는 사람과 극복하는 사람으로 갈리게된다. 순탄한장사는 없다는 것을 미리 상기하고 각오를 다진다음에 시작한다면 극복할수 있는 힘이 더 커질것이다.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이 사람은 주변에서 -3개월은 버티겠군-이라며 망하기를 바라는 사람들 틈에서 10년을 장사하고 있고 지금은 성공한 장사꾼의 반열에서 하고 싶은것 하며 사는 사람이다. 이 사람의 작은 성공이 있기까지의 우여곡절을 귀담아 듣는다면 누구라도 장사로 망하는 일은 없을것이다. 올챙이 장사꾼이 무리를 이끄는 개구리 장사꾼이 되어가는 과정을 따라와 보시라.


장사를 해서 돈벌고 싶은데 처음 시작하기 두려워 망설이는 장사 초보자들에게 용기를 주기위한 글들로 채웠다. 무일푼으로 시작해서 안정적인 수입을 벌고있는 필자의 장사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줄 것이라 확신한다.




10년 전 처음 장사를 하게 되었다.

취급하려는 물건에 대한 깊은 상식도. 없었고 여유자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박봉의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무엇이라도 해서 노후까지 먹고 살 기반을 만들고 싶다는 간절함만 있었다. 코딱지 만한 집을 담보로 보증금을 마련하고 보험회사에서 신용대출을 받아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가게와 최소한의 집기를 마련하고 개업을 하였지만 무엇을 사서 얼마에 팔아야 할지 막막했다. 주변의 누구도 어떤 물건이 잘 팔리는지 얼마의 마진을 붙여야 하는지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단골손님도 없고 지나치는 손님도 많지 않았다. 생물이라는 상품의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선도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본전도 못 건지고 내다 버려야 하는 상황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이웃하고 있는 상인들은 그런 나를 보고 -얼마나 견딜려나?-거나 -석 달은 버티겠군- 하면서 어서 망하고 두손들고 나기를 바라며 쑥덕거린다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렸다.


이미 단골손님들을 확보하고 있는 기존 상인들을 보면서 장사가 초보인 나는 도저히 그들처럼 단골이 생겨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들의 바람대로 두손들고 쓸쓸히 퇴장하는 패잔병의 모습이 내모습이되어 상상속을 맴돌았다. 그냥 속 편히 월급쟁이나 했으면 그나마 빚쟁이는 되지 않았을 거라는 후회가 밀려와 답답할 때 친정엄마가 오셨다. 엄마를 보니 눈물이 앞섰다. 뒤돌리고 싶어도 투자한 자본을 회수할 길이 없어 뒤돌아갈 수도, 손해를 보면서 계속할 수도 없는 상황을 이야기하며 울먹이는 내게 엄마는 촌스러운 사투리로 말씀 하셨다.


"둠벙 맹글먼 개구락지 모이는겨, 개구락지 살면서 알도낳고 올챙이도 생기고 비얌도 오것지, 큰 저수지도 첨부터 물고기가 있었것냐?"


시골뜨기 엄마가 뭘안다고? 엄마의 말씀은 내게 개구락지 알까먹는 듯한 소리로 들렸다. 그러나 곧, -나는 지금 겨우 둠범을 만들고 개구리도 물고기도 없다고 투정하고 있는것- 이라고 이해를 하게되었다. 땅을 파서 물을 가두는 둠벙을 처음 만들었을땐 물고기는 물론 풀도 하나 없는 그저 밟으면 흙이 무너져 내리는 평지보다 조금 깊은 구덩이일 뿐이다. 그곳에 물을 대어 가두면 하나둘 잡초도 생겨나고, 개구리도 모여들고, 어느새 물고기도 나타난다. 그처럼 장사도 시간이 지나야 단골손님도 생기고, 단골손님 따라서 오는 손님도 생기고, 지나가는 손님들도 들어온다는 것이다. 또한 개구리 잡아먹으러 뱀들이 기웃대기도 하는 것처럼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도 생길것이다. 내가 누군가의 질투를 받기 시작할때 그때는 웃어도 될때이다. 사람들은 내가 어려움에서 헤어나지 못할때는 절대로 질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사라는것 또한 누군가 하던 곳을 권리금주고 하지 않는 이상 둠벙을 새로 만드는 것과 같다. 아니 권리금을 주고 시작했다 하더라도 시작하는그 순간이 둠벙을 새로 판 시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시간이 흐르도록 견디는 수 밖에 없다. 그냥 견디는것이 아니라 개구리들이 모여살기좋은 환경을 만들면서 견디는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옆집들이 구색을 갖춘다고 종류별로 깔아놓는 품목들을 따라 하려는 생각부터 접었다. 옆집은 묵은 둠벙이고 나는 새로 판 둠벙이니 하나하나 둠벙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가리라는 생각을 되뇌며 발주서 쓸때마다 혹시나 하는 유혹이 일어나는 것을 누르고 눌렀다. 대신 대중적으로 많이 팔리는 식재료를 중점으로 선도가 떨어지기 전에 싸게도 팔았고 그마저도 안될 때는 누구라도 드시라고 그냥 드리기도 했다. 어느 날은 지나가는 손님을 불러서 "마감하려는데 이것이 남아서 그러니 그냥 갔다 드세요"라며 싸주기도 했다. 의아해하던 그 손님은 이후 그렇게 싱싱한걸 왜 그냥줬냐며, 아주 맛있게 먹었다며, 그정도면 믿고 사도 되겠다고 가격을 묻지도 않고 물건을 사가는 단골이 되었다. 10년 차 장사꾼인 내게 지금은 그야말로 단골손님이 90프로 이상이다. 철마다 그 손님들이 원하는 품목과 필요한 양을 대략 파악하고 물건을 준비해 놓으니 못 팔아서 버려지는 물건들이 거의 없다.


10년 전에 새로 판 둠벙은 눈보라와 비바람을 맞으며, 물이 넘치기도 했을 것이고, 가뭄에 마르기도 했을것이이고, 뱀들의 공격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견디면서 잡초와, 개구리와, 물고기를 품은 무너지지 않는 묵은 둠벙이 되었다.




초창기의 앞이 보이지 않던 시기에 엄마의 둠벙 이야기는 멈추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 그후로 조금씩 사업을 확장 할때도, 남들이 그건 안돼, 라고 말할때도 -둠벙 맹글먼 개구락지 모이는겨- 라고 하셨던 엄마의 말씀을 떠올리며 밀어부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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