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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기를 견디며

새 웅덩이에 개구리가 정착했다

by 강현숙

개업 2개월 만에 맞이한 추석 대목 장사는 거의 완판이었다. 돈이 벌어질듯한 착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직원이었던 사람은 우리 집에서 그만둔 다음날부터 이웃하고 있는 시장의 한 점포에서 일하더라는 소문이 들려왔다. 우리 가게에서 일했었다는 걸 경력으로 내세워 일급 몇천 원을 더 받기로 하고 이직하기로 계획을 세웠었다는 것을 명절 후에 알게 되었다. 또한 그곳에서는 우리 가게에서보다 2시간을 더 일한다는 말도 들었다. 아침잠이 많다며 5시 출근을 거부했던 사람이 그곳에는 6시에 출근한다는 것이다. 결국 더 받기로 한 일급 몇천 원은 더 받는 것이 아닌 것이 된 것이다.


밉고 서운한 감정에 고소하다는 미묘한 감정이 겹쳐졌다. 급하게 명절대목을 봐주었던 동생들과, 남편, 딸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가게는 나 혼자였다. 명절 후 시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너무나 조용했다. 주변의 상인들도 점포를 닫고 10 여일씩 휴가를 간 곳도 있었고 산지 출하물랑도 현저하게 줄었다. 명절 장사로 잠시 들었던 -돈이 벌릴듯한 착각- 은 어느새 초조함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 말로만 듣던 비수기였던 것이다.


혼자였지만 낮잠 잘 시간이 없다는 것 빼고는 전혀 다른 사람의 손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니 월급주어야 하는 직원이 없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한 달 정도 명절후유증이 있었다.

그래도 나는 계속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렸다. 휴가 간 가게의 단골이던 손님들 몇 분이 우리 가게를 찾아 주셨다. 새로 생긴 웅덩이에 개구리가 찾아온 것이다. 나는 그 웅덩이가 개구리가 만족할 수 있는 환경임을 입증해야 했다.


"이곳은 물도 깨끗하고 아직 뱀들도 오지 않으니 안전해, 그러니 마음 놓고 지내면서 새끼들도 낳아서 키워"


하는 심정으로 갖고 있는 것 중에서도 가장 싱싱하고 큰 것으로 골라 정성껏 손질해 드렸다. 그때는 정말이지 집에서 따로 손댈 것 하나 없이 포장까지 깔끔하게 해서 담아드렸다. 다행히도 손님들은 마음에 들어 하셨다.

며칠마다 시장을 찾을 때면 전에 단골로 다니던 가게를 지나쳐 우리 가게로 오셨다. 잠깐 화장실이라도 가 있을 때는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주기도 하면서 우리 집을 단골로 삼아 주셨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인들을 모시고 오기도 했고 장 보러 간다는 지인에게 꼭 우리 가게로 가라고 소개까지 해주셨다. 드디어 새로 생긴 웅덩이에 개구리가 정착하고 물고기도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의 기쁨은 돈이 벌어지지 않아도 좋다는 마음이 들정도이다. 원가만 되면 드리기도 했고 마진을 붙여 부른 값에 깎자고 하지 않으면 서비스로 챙겨주었다. 한 손님이 만족한 마음이 들기만 하면 그분의 입소문으로 문어발처럼 늘어나는 것이 손님이라는 체험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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