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짠지 11

엄마의 삶

by 강현숙

답답했던 속이 짠 국물에 더욱 조여왔다.

“워쩐다냐? 워쩐다냐? 물려줄게 읎어서 팔자를 물려줬으니 워쩌먼 좋다냐?!”

엄마의 넋두리가 들려왔다.


아홉 식구 밥그릇 중에 유일하게 쌀밥이 들어있던 밥상을 던지고, 살림을 부수고, 엄마 머리채를 잡아 방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쌀독을 털어 집 나가면 며칠씩 집에 안 오시던 아버지랑 엄마는 끝내 저승문이 바라보이는 지금까지 살고 있다. 엄마가 살아낸 그 삶이 불가사의하다.

“팔자야 고치면 되지? 대물림 하는게 어딨어?‘

“나라고 그런 생각 왜 안혔겄냐?”

“엄마도 팔자 고칠 생각을 했다고? 그런데 왜 여태껏 아버지랑 사시는겨?”

“막내만 업고 미륵불까지 정신 읎이 갔지, 그날은 돌아오지 않을겅께 돌을 올리지 않을라고 혔어, 막 미륵불을 지나치려는디 돌멩이가 발에 걸리는겨, 누가 또 지나가다 걸려서 넘어질깨비 그 돌멩이를 집어 미륵발치에 올렸어, 근디 글씨 먼저 쌓있던 것까지 무너져 버리잖여, 큰 놈부터 작은놈까지 나란히, 딱 여섯 개 였어!”


미륵불을 지날 때 돌을 주어 올리면 그곳을 지나간 사람이 안전하게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을 때였다. 미륵이 걷어찬 듯, 미륵의 발치에서 굴러 떨어진 6개의 돌을, 엄마는 집에 두고 온 6남매에게 대입시켰다. 그런 느낌을 안고는 떠날 수 없었다는 엄마의 마음이었다.

어느 날은 밤에 잔뜩 술에 취해 들어오신 아버지가 이불속에 묻어둔 밥을 꺼내 상을 차린 엄마에게 반찬이 이게 뭐냐며, 천붕기택을 부르짖으며 밥상을 집어던지고 집을 나가 버렸다. 솥바닥에 보리쌀 한 바가지를 넣고 쌀 한 줌 위에 얹어 밥을 지어 아버지 밥이라고 쌀밥 한 그릇을 퍼 놓고, 모두 섞어서 쌀알은 보이지도 않는 꽁보리밥을 우리는 날마다 먹었다. 그 선택받은 쌀밥이 마당에서 깨진 밥그릇과 뒹굴며 흙고물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엄마는 자다가 깬 우리들을 끌어안고 말했다.

“냘은 엄마가 생선 좀 팔어서 반찬거리 좀 사오야 겄다.”

콧물을 훌쩍이며 깡자랑 놀고 있으라는 엄마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나 학교는?”

“아버지 반찬 읎다고 승질 내는 거 봤잖여? 냘도 반찬 읎으면 또 밥상 날러 갈 거니께~”


그리고는 다음날 새벽, 장사갈때는 나에게 맡기고 가던 막내를 업고 나가셨다. 내가 아침밥을 차리러 나왔을 때 마루 끝 기둥에 걸려 있는 광주리가 보였다. 테두리가 꼬질꼬질한, 엄마가 장사 갈 때마다 이고 가던 광주리였다. 장에 가신 김에 새 걸로 사시려나 생각했다.

오빠랑 세명의 동생들을 깨워 학교를 보내고 5살짜리 깡자랑 밥을 먹으려 할 때 엄마가 오셨다.

“엄마! 장사는?”

“내가 팔자땜을 혀야 니들이 조금이라도 편할틴게”

두런거리며 코를 푸셨다. 13살 나는 생선이 없었던지, 아니면 읍내 가는 차를 놓쳤던지, 장사를 공친 엄마가 속상해서 훌쩍이는 줄 알았다. 그날 밤에 아버지가 또 반찬 없다고 밥상을 엎으면 어쩌나 하며 아버지에게 혼날 엄마를 걱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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