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짠지 13

2장의 돈봉투

by 강현숙

아! 짠지 국물이 온몸을 휘감아 돈다.

부서진 봉고차 앞에 나 잡어 잡슈! 하고 서 있던 남편의 얼굴이 멋쩍게 웃고 있다. -잘해보려 해도 매번 당신 마음에 들지 않으니 자꾸만 실수를 하는 것 같아, 마음 붙일 데 없으니 술을 먹게 되고, 밖으로 나가는 거 당신이 싫어하니 게임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고... 앞으로는 정말 잘할게- 남편이 하던 변명들이 소금처럼 가슴에 녹아든다. 귀신의 조화가 또 일어나고 있다.

주섬주섬 엄마가 주신 것들을 챙기고 가방 속에 넣어 두었던 봉투 하나를 꺼냈다.

“이거 담배 값이라도 하셔요”

“아니다. 너 옷이라도 사 입어라”

매번, 한 번도 안 받은 적 없으면서도 한 번도 선뜻 받지 않는다. 그냥 아버지 앞 테이블에 올려놓고 현관문을 나섰다. 내가 간 다음에 ‘허허’ 웃을 아버지 모습이 상상된다. 봉투 2개, 하나는 5만 원짜리 10장, 하나는 6장이다. 매번 10장짜리는 엄마 것으로 6장짜리는 아버지 것으로 챙겨 왔다. 그런데 자신의 간기마저 의지대로 못하고, 젊어서 집어던진 밥상만큼의 속죄를 위해 눈치 보며 끼니를 해결하시는, 초점도 맞지 않는 눈에 힘을 주고 떨리는 손으로 젊은 시절의 가오를 지키려 다림질했을 아버지를 생각하니 연민이 솟구쳤다. 그 마음이 10장짜리를 아버지 앞에 내놓게 했다.

차까지 배웅 나온 엄마께 나는 또 하나의 봉투를 내밀었다.

“아녀 아버지 헌티 타서 쓰먼 되니께 그냥 갖구 가, 딸 자식헌티 못된 팔자나 물려준 에미가 돈이 뭣하러 필요허겄냐?”


엄마는 아직도 자기 주머니를 갖지 못했다. 하루종일 광주리를 이고 장사를 해서 벌어온 곡식들도 아버지가 쓸 만큼 퍼가고 남으면 먹고 남기지 않으면 굶었다. 자식들이 용돈을 드려도 아버지 쓰시라고 모두 내놓았다. 어쩌면 엄마의 그런 행동이 아버지 간기 빼는 물이었고 전생의 빚을 갚는 간절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엄마의 방식들이 한 번도 내 마음에 든 적은 없었다. 오히려 그럴 때마다 나는 절대로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엄마 삶보다 더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

뿌리치는 엄마의 손에 봉투를 쥐어 주고 운전석 문을 열었다. -물이 되야여! 짠지 간국 뺄라먼!- 엄마의 간절한 얼굴에 봉투가 들린 손이 느린 와이퍼처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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