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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차순이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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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Aug 24. 2023

차순이 13

김범룡씨에게 빠진 여대생

다음날도 여자는 책가방을 끌어안고 차에 탔다. 얼굴이 붉어져 바로보지 못하는 쪽은 범룡 씨였다.

"아저씨, 내일 근무 아니라던데 내일 전화 주실 거죠?"

내일 대타를 타려고 했었다. 대타를 타면 일급의 50 프로 대타수당이 있다.

"내일 전화 안 하시면 차 앞에 누워버릴 거예요. 형부한테 꼭 전화하셔요"     

당돌하고 맹랑하고 제멋대로인 저 여자는 아무래도 감당이 안될 것 같다. 억순이들 만나지 않으려고 안내양들의 애정공세도 모두 뿌리친 자신에게 저리도 맹랑한 여대생이라니?  저 집에 장가갔다가는 기죽어 살지도 못할 것 같았다.     


다음날 범룡 씨는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남자는 덤덤하게 만날 장소를 지정해 주었다. 영등포 역 앞 예전다방이었다. 좀 어수선 한 분위기였지만 범룡 씨가 어딜 다녀보질 않아서 마땅히 아는 곳이 없다고 하자 그곳으로 정한 것이다. 금룡 씨는 시간보다 조금 일찍 가서 기다렸다. 5분 전이 되자 엊그제 차에서 뵈었던 노파와 남자 그리고 중년의 여자가 왔다.   

   

범룡 씨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려고 했다. 노파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자식을 9남매를 두었소, 그 녀석이 막내인데, 쉰둥이로 얻은 녀석이라 모두들 이뻐라 했지, 그러다 보니 제멋대로 다 하려고 해, 다른 건 다 받아줬지만 결혼만은 제 형부가 보아 둔 곳으로 보내려고 했는데, 그쪽에게 보내주지 않으면 죽어버린다고 버티니,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게 나하고 상관있는 일이 될 줄은 몰랐소, 내년이면 졸업하니까 졸업하면 결혼시켜 준다고 간신히 달래 놓았는데 젊은이 생각은 어떻소? 다 결혼시키고 그놈만 적당한 자리로 시집을 보내면 내 할 일 다 끝났다고 생각했지, 어쩌다가 자네를 마음에 두었는지... 기가 막혀서 죽어도 눈을 못 감을 것 같소”

노파는 눈주위를 손수건으로 찍어내며 말했다.

     

범룡 씨는 입이 떨어지지 않아 냉수만 마셨다. 다시 남자가 말했다.

“막내처제는 뭘 하겠다 하면 기어코 하고 마는 고집불통이라서 이번에도 어차피 이기지 못할 것이니 이렇게 자네를 보자고 한 것이네, 사람은 인연이라는 것이 있어서 괜한 고집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형제들이 다들 먹고살만하니 자네가 마음만 정하면 적당한 신혼집은 마련해 주겠네 우리 처제랑 진지하게 한번 사귀어 보게”     

범룡 씨는 명함에 적힌 직함을 떠올리며 사장님이라고 호칭을 하며 말했다.

“사장님 저는 아직 결혼 준비가 안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모은 돈으로 전셋집이라도 얻은 다음에 순한 여자 만나 살고 싶습니다. 전 억세고, 고집세고, 부모 기를 꺾는 그런 여자 싫습니다. 그러니 처제분 잘 달래시고 다시는 제게 이런 이유로 만나는 일은 없도록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그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밥이라도 먹고 가라는 노파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돌아 오면서 영등포시장 골목 전파사에서 일하는 동창을 찾아갔다. 마음 편안하게 시장 좌판에서 국밥 한 그릇 먹고 싶었다. 친구는 기름 낀 장갑을 벗고 반겼다. 주인에게 허락을 얻고 함께 시장 포장마차로 와서 국밥과 소주를 시켰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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