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불안증후군에 대해서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병이 있다.
잠들기 전 다리에 불편한 증상이 생겨 수면을 방해하는 수면장애질환이다.
주로 잠들기 전에 불편한 증상이 있지만, 심할 때는 평소에도 다리에 느낌이 이상하다. 특히 그 불편함이 수면장애로 이어지는 아주 짜증 나고 불쾌한 질환이다.
몇 년 전, 나는 몰랐다.
왜 밤만 되면, 다리가 불편하고 아픈 것인지. 정확히 표현하자면 욱신욱신 거린다. 다리 어딘가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간질간질하고, 콕콕 쑤셔 아프다. 마치 다리를 누가 오랫동안 묶어 놓아 옴짝달싹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때 다리를 어떻게든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느낌이 이상하다. 특히 잠이 스르르 들려고 할 때 이런 고통을 느껴 간신히 잠들려다 도로 깨버린다. 정말 너무 힘들고, 불쾌한 증상이었다.
과거에 이럴 때마다 무조건 근육통 약만 먹으며 버텼다. 무슨 약을 먹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다 고통이 더 심해지면 왼쪽 다리는 엄마가, 오른쪽 다리는 동생이 맡아 내가 잠이 들 때까지 주물러 준 적도 있었다.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병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나는 그냥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하지만 어딘가 좀 이상한) 근육통이라고만 생각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엔 어김없이 아팠기 때문이다.
그러다 정신의학과에서 주기적으로 약을 먹고 컨디션을 체크하면서 알게 됐다. 이것은 또 다른 병이었다는 것을. 그날도 밤새 불편한 다리에 잠을 설친 후였다. 너무 힘들었던 나는 상담을 하면서 잠을 못 잔 이유에 대해 설명하다가 이 증상에 대해 말하게 되었다.
“선생님, 저 다리가 너무 아파요. 다리를 안 움직이면 불편하고, 간질간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선생님은 망설임 없이 답하셨다.
“하지불안증이네요. 많이 불편했을 텐데, 힘드셨겠어요.”
‘하지불안증?’
생전 처음 들어본 이상한 용어에 당황했다. 그리고 정말 가지가지하는 나의 몸에 짜증이 솟구쳤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 아픔이 정체불명의 아픔이 아니라 원래부터 존재했던 병이었다는 사실에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아픔의 정체를 알았으니 말이다.
선생님은 ‘리큅정’이라는 약을 처방해 주셨다.
그리고 알약 한 알로 그날 밤이 평온해졌다.
알 수 없는 근육통이라 생각했던 과거의 수많은 괴로운 밤이 생각났다. 너무 힘들고 아파서 운 적도 많았다. 아무리 근육통약을 먹어도 고통이 사라지지 않았던 그때. 잠에 들려고만 하면 증상이 더 심해져 가위에 눌리는 날도 수두룩 했다. 그리고 다음날이면 제대로 잠을 못 자 예민해지고, 예민하니까 증상은 더 심해지고를 반복했던 날들.
생각할수록 고통스러웠던 기억이다.
정신의학과에 다니면서 내가 지니고 있던 이유 모를 아픔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정의 내리는 중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극성장애라는 것, 그리고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것. 정신의학과를 가지 않았다면 여전히 알 수 없는 아픔에 시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정신의학과 약을 먹는 것이 싫지 않다. 무작정 근육통 약만 몇 알씩 털어 넣던 과거 고통의 밤을 생각하면 말이다.
요즘 다시 리큅정을 먹는다.
또다시 증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요즘엔 밤이고 낮이고 불문하고 나를 힘들게 한다. 책상에 앉아 뭔가를 하려고 하면 다리가 간질거려 몇 분을 앉아있지 못하고 일어나서 걷는다. 걷다가 앉고, 또 일어나 걷다가 앉고. 다리를 주물렀다가, 쪼그리고 앉았다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지금도 이 짓을 반복하고 있다. 정말 지긋지긋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전보다 잘 참고, 전보다 꽤 의연하게 이 증상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적어도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어떤 약을 먹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을 다행이라 여기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