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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미소 짓는 날들
by 강작 Jan 06. 2018

지나간 사랑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가슴에서 가슴으로

술을 산다며 친구를 느지막이 불러냈다. "편의점 바가 유행이라길래." 자연스럽게 편의점으로 향하는 내 뒤꽁무니에 친구는 알 수 없는 애정어들을 내뱉었다(글로 쓸 수 없습니다). "제일 비싼 걸로 골라. 오늘은 내가 쏜다!" 씽긋 웃자 친구는 나를 흘겨보며 굳이 행사 상품과 오징어포 한 개를 골랐다. "아무리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소확행이라고 해도 네가 편의점에서 술 마실 타입은 아닌데? 술도 안 좋아하잖아." 나는 타악-하고 맥주캔을 따며 말했다. "이 소리처럼 마음이 뻥 뚫렸으면 좋겠다." 




최근에 살이 부쩍 올랐다. '부쩍' 올랐다고 해도 겨우 2kg 정도 찐 것이지만. 난 피골이 상접한 타입이라(일명 많이 먹어도 살 안 쪄서 의도치 않게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타입) 조금만 살이 쪄도 '오! 강작 혈색이 좋아 보이는데?', '오! 강작 살 좀 찌니까 사람 같다'라는 칭찬 같지도 않은 소리를 듣곤 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추운 겨울이 지나가는 동안 작년 한 해 나를 힘들게 했던 이별 후유증을 잘 극복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과거의 내가 그랬듯이, 이별한 당신이 그렇듯이 나 또한 큰 후유증을 가져야 했다. 뭐 연애에 따라 다르지만 나의 경우는 꽃다운 나이를 지난 20대 후반부터 3~4년 정도를 만난 사람과 헤어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별 당시엔 남겨진 사랑은 미아처럼 갈 곳을 잃고 나를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지나간 사랑은 어디로 가는 걸까?" 내가 묻자 친구가 시크하게 대답했다. 

"어디로 가긴 어디로 가. 가슴에서 머리로 가는 거지."


한 모금 마셨다. '가슴에서 머리로 간다...' 그게 맞는 말일 지도 몰랐다. 어쩌면 머리로 이별의 원인을 알고 있지만 가슴이 놓아주지 않았던 것일 테니까. "왜 헤어졌어요?"라는 물음에 얼굴을 돌리는 대신 "잘 안 맞아서요."라는 평범한 답으로라도 답할 수 있도록 가슴이 허락해준 것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조금은 가슴에 두면 안 될까?"


얼마 전, 예전 앨범 속에서 그와 함께한 사진을 발견했다. 이별 당시 모두 버렸던 것 같은데 사진을 겹쳐 폴라로이드 한 장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첫 여행, 남이섬에 놀러 갔을 때 어색하게 카메라를 세워놓고 둘이 배시시 웃고 찍은 사진이었다. 그냥 웃음이 나왔다. 잠시 쓰레기통과 앨범을 번갈아 보다- 앨범에 넣었다.


헤어졌지만 헤어졌지만

가슴으로 찾아간 '그에 대한 사랑'이 많이 자라 있었다. 비록 처음 만났을 때 원했던 모습은 아니지만, 그래. 내 사랑은 말쑥한 얼굴에 편안한 옷을 입고는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가슴은 그를 따뜻하게 맞이했고 다시 웃었다. 그뿐이었고 나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친구에게 지나간 사랑에 대해 다시 묻지 않았다. 

나중에 친구가 내게 똑같이 물으면 대신 이렇게 대답해 주기로 하고.


"지나간 사랑은 어디로 가는 걸까?"

"어디로 가긴 어디로 가. 가슴에 남아 있는 거지."


사랑에 실패란 없다.

단지 사랑은


사랑은 

자라날 뿐이다. 




2018. 마음은 이른 봄

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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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연약하고 제 글은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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