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란 개개인이 일상생활을 통해 스스로의 정신을 진화시키기 위한 종교여야 한다.
저는 딱히 종교가 없습니다. 모든 종교에는 마땅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죠. 하지만 불교와 관련된 이 문장이 제게 좋은 깨달음을 준 것은 분명합니다. 얼마 전에 한 이웃이 제게 묻더군요. "잘 지내십니까"하고요. 저는 뭐라고 대답할까 하다가 이렇게 글을 남겼습니다. "슬퍼도 웃음 지을 수 있는 정도라면 잘 지낸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겠죠. 한 인간의 생(生)은 참 공평합니다. 설렜다가 실망하고.. 기뻤다가 화가 나고.. 행복했다가 슬프게 만들어요. 모든 감정들이 제 안에 흐르고 있습니다. 단지 중간중간 제 자신이 흐름을 막고 끙끙 댈 뿐이었죠. 이렇다면, 제가 잘 지낸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잘 지내고 계신가요.
쉽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감정을 흘려보내는 것이요. 그리움도 흘려보내고, 설렘도 흘려보내야겠지요. 일상의 감정들을 흘려보낼수록 우리는 진화합니다. 마치 수련을 끝낸 스님처럼 고요한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나는 언젠가부터 감정이란 지니는 것이 아니라 채우고 흘려보냄의 연속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매일 사랑하는 사이에서도 말이죠. 상대를 믿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내 사랑이 고여 썩지 않도록 매일 새로움으로 채워 넣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편견이나 욕심도 없이 상대를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흘려보내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일상이 말하는 걸요.
여전히 슬플 땐 웁니다. 얼마 전 마음 한쪽에 작은 상처가 나서 반나절 정도 울었습니다. 그리고 흘려보냈습니다. 내일의 새로운 감정을 채우기 위해서 말이죠. 책에선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참된 재미는 '매일을 야무지게 영위하는 과정' 속에 있다고' 그러니까 책은 우리가 이렇게 감정을 흘려보내는 모든 일들이 인생의 참된 재미를 느끼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재미라.. 나는 이 말에 완벽하게 동의하지는 못합니다. 인생은 재미로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흘려보내는 과정'이라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죠. 그건 어떤 하나의 감정이 아니라 여러 감정이 섞인 행위입니다.
당신도 그런가요. 하루에도 몇 번씩 역류해서 헤어진 사람에게 다시 달려가고 싶고, 미워했던 사람에게 욕을 해주고 싶고, 부끄럽고 잘못되었던 자신을 고치고 싶진 않나요. 그래도 시간이 흐르는 대로 우리는 흘려보내야 합니다. 우주의 순환이 잘 이루어지려면 저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야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고, 벌을 받을 사람은 언젠가 벌을 받게 되고, 당신의 잘못과 부끄러움도 언젠가 옳게 순화될 테니까요. 결국 미소 지어지는 인생이 될 테니까요.
2018.
당신의 벗,
강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