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작 Sep 25. 2022

그래도 인생, 한번 살아볼 만해

윤여정 배우가 <꽃보다 누나>라는 TV프로그램 인터뷰 중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 인생이요?  힘들어. 누구나  힘들어. 근데 그래도 인생, 한번 살아볼 만한  같아.




산다는 건 때론 어릴 때 읽었던 <바람과 태양> 동화책의 나그네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단계별로 다양한 고난이 주어졌고 언제나 그것을 헤쳐나가야만 따뜻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니까 어느 시집의 제목처럼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외적인 고난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함께 불어닥치는 내적 고난이었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은 움직이고는 있지만 움직이지 않는 현재를 만들었다. 그럴수록 답답하고 사는 게 힘들다고 느꼈다.


그런 마음이 가득 차 있었을 때쯤, 윤여정 배우의 말은 큰 위로가 됐다. 인생이 힘든 건 혼자만이 아니라는 말, 심지어 내가 부러워하는 누군가도 각자의 모양으로 힘듦을 견디며 살아간다는 말이- 외로운 마음의 손을 잡아주는 것 같았다.


너무나 힘들 땐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예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까.' 그럼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사라지라고 당장 내 앞에서 꺼지라고 화가 나 외쳤던 연인이, 정말 사라졌을 때- 펑펑 울며 후회했던 그때처럼. 나는 그제야 삶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힘들지만, 모두가 힘들지만- 행복하다. 모두가 행복하다. 삶으로부터 너무나 많은 행복을 받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떠올렸다. 어쩌면 인생이 한 번뿐인 이유는- 살아있는 생명들이 잊지 않고 자신을 가장 찬란하게 빛내주길 바라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 삼월 시작한 나의 텃밭은 봄과 여름, 가을을 보내며 나처럼 단계별로 다양한 고난을 겪어왔다. 장마에 잠기고 태풍에 쓰러지고 병충해가 들었다. 초보 농사꾼이 막무가내로 가지치기를 하는 바람에 열매도 잘 맺지 못했다. 그런데도 나의 텃밭은- 내가 삶에 헤맬 때 조차 자신의 고난을 견뎌내며 10평 남짓한 작은 삶 속에 많은 행복을 맺었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거름이 되어가는 그들을 볼 때마다

슬프다기보다는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텃밭의 인생 선배들이 내게-

'그래도 인생, 한번 살아볼 만 해 지혜야-.' 하고

힘을 주는 것 같다.


꺾인 토마토 나무도
끝까지 행복의 열매를 맺는다. 끝까지.




글. 강작(@anyway.kkjj)


벌써 마지막 에필로그를 남겨두고 있네요. 부족한 마음에 애정의 눈길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전 18화 어떤 삶이 잘 산 삶일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