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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존감 지켜

by 강작


글존감 지켜



2025년 들어 글쓰기 마감 모임을 만들고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다 쓴 글은 브런치 스토리에 가장 먼저 올린다. 그 후 일부를 발췌하여 인스타그램에도 올린다. 출간 전에 온라인 시장에 글을 선 공개하는 셈이다. 그러면 내 글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예상할 수 있다. 글을 발행하자마자 좋아요의 수가 올라가거나 구독자의 수가 늘어날 땐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된다. 반대로 발행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구독자 수가 한 명이라도 떨어지면, 글에 혹 문제가 있나 의심이 되고 힘이 빠진다. 글이라는 예술 또한 사랑을 받아야 쓰일 힘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어떤 글이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에서 반응이 좋은가- 살펴보면, 제목과 내용이 자극적이거나 궁금증을 일으키는 것들이 그렇다. 무엇이든 '숏'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숏폼의 시대를 브런치스토리도 역행할 수 없는 것일까? 어쨌든 나의 자극적이지 않은 글은 후순위로 밀려나고 구독자는 조금씩 줄어든다.


어제보다 3명이 준 구독자 수를 보고 다시 '글쓰기'버튼을 누른다. 발행된 내 글을 보고는 3명이 구독해지 버튼을 눌렀다는 걸 상상한다. 체한 듯 첫 문장이 쓰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계속 쓰게 될 걸 알지만 쉽지가 않다. 그러다 대문호들을 떠올린다. 톨스토이.. 생텍쥐페리, 헤밍웨이, 버지니아 울프, 한강까지.. 그들도 시장에 외면당한 때들이 있었을까? 그 순간들은 어떤 감정이었을까.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반짝이지 않아도 된다. 자기 자신이 되기만 하면 된다.'


버지니아 울프의 말을 떠올린다. 반짝이길 바라지 않는다. 그저 자기 자신이 된다. 여성의 쓸 권리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버지니아 울프. 순수한 어린아이를 통해 어른들의 어리석은 모습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던 생텍쥐페리. 그들이 쓴 이야기는 그들의 시대에 자극적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짧은 눈요기가 아니라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자극이다. 화제가 되어 한번 반짝이는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의 마음에 별로 박힌 이야기다.


첫 문장을 쓴다. 세상에 귀 기울이되 작은 파동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반항한다. 더 큰 세상의 소리를 들으며 계속해서 써 나가겠다고. 다짐하고 나니 여전히 묵묵히 내 글을 지켜봐 주는 7천여 명의 구독자들이 보인다. 글과 책의 힘을 믿는 사람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가며 삶을 탐구하는 사람들. 작가로서 작게나마 흔들린 마음이 부끄럽게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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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6

작지만 확실한 반항일지


글 강작 insta. @anyway.kkj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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