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택시 ‘웨이모’ 체험기
이번 LA출장에서 두 번째 웨이모를 탔습니다. 웨이모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실리콘밸리에서도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어째 여기서든 한번도 못하고 LA갔을 때만 두 번 탄 것 같아요.
먼저 웨이모에 대한 간단한 설명! 웨이모는 LA 샌프란시스코 피닉스 등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고, 미국 여러 지역에서 테스트를 하고 있어요. 미국 로보택시의 선구자입니다. 한국인들이 웨이모가 서비스하는 지역에 오면 ‘관광상품’ 중 하나로 웨이모를 타보는데, 사실 실생활에서도 탈 만합니다. 조금 비싸더라도 타지에서 ‘불특정한 사람’인 우버기사보다 무인인 편이 안전하다 싶고, 팁이나 스몰토크를 권유받을 일도 없으니 훨씬 편리합니다. 조금 늦더라도 미안하다 사과도 안해도 되니까. 이날도 친구 아버지가 “위험하니까 우버말고 웨이모타자”고 하셨어요. 최근에 테슬라도 로보택시 서비스를 뒤늦게 시작했지만 아직 웨이모랑 격차가 큽니다.
그럼 웨이모를 불러보겠습니다. 웨이모 앱은 우버나 카카오택시랑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카카오택시 부르듯이 도착지를 설정하고 차량을 호출하면 웨이모가 옵니다. 차량 수가 아무래도 우버나 카카오택시보단 적으니, 때때로 오래 대기해야합니다. 그래서 출발 좀 이르게 웨이모를 부르면 좋을 것 같아요. 전 한번 웨이모 타보려다가 22분 기다리라고 해서 취소하고 우버를 불렀었습니다. 가격은 비슷하거나 좀 더 비싸거나 인 것 같아요. 하지만 우버도 옵션이 많다보니 우버의 비싼 버전보단 가끔 웨이모가 더 싼 것 같기도합니다.
곧이어 차량 위와 양 옆에 레이더, 카메라를 달고 있는 제규어 차량이 곧 도착합니다. 운전자가 없는 웨이모입니다. 이 웨이모는 5분까지 승객을 기다려줍니다. 택시 타서 “안녕하세요” 하듯이 태블릿 PC에 “START A RIDE”버튼을 누르면 앱으로 찍은 목적지로 이동해요.
웨이모를 타면 기계가 자율 주행한다기보단, 운전석에 투명인간이 앉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운전석과 핸들이 그대로 있는데, 핸들이 자기 혼자 돌아가면서 운전을 하기 때문입니다. 저 핸들 잡으면 어떻게 되는지, 운전석에 타봐도 되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기능상’ 핸들과 운전석은 필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핸들을 없애버려도 자율주행 기능에 이상이 없고, 운전석을 없애는 것도 가능해요. 그렇게 하면 미관상 더 좋고 승객 수용가능 좌석도 하나 늘어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석과 핸들을 유지하는 이유는 바로 UX(사용자 경험)에 있습니다. 자율주행이란 기술 자체가 새롭기 때문에 차량의 디자인도 확 바꿔버리면 사람들이 불편하다고 여기고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부연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자율주행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내가 직접 운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심리가 강하고, 그렇기 때문에 실제 운전을 하지않더라도 운전석과 핸들이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자체를 ‘보험’처럼 느끼는 것입니다. 디자인 관점에서도 ‘자동차’ ‘택시’라고 느끼기에 운전석과 핸들이 있는 편이 더 좋습니다.
사람들이 자율주행의 개념에 더 익숙해진 어느 시점엔 핸들도 운전석도 없는 자율주행자동차가 개발될 것입니다. 실제 웨이모도 테스트 중인 차량에는 핸들없는 차량을 유지 중이고, 아마존 계열의 죽스는 운전석이 아예 없는 네 명이 기차에서처럼 마주앉을 수 있는 자율주행차 모델도 개발중입니다. 라스베가스에서 시험 운전을 하고 있다고 해요.
휴머노이드도 로보택시와 비슷합니다. 로봇이 꼭 사람처럼 생길 필요는 없습니다. 두 팔 두 다리를 가지고 이족보행하는 사람이 여러 작업을 하기에 유리한 생김새를 가진 것도 딱히 아닙니다. 설거지는 어쩌면 팔이 8개이면 더 유리할테고 정글에서 생물학 연구를 하기엔 사람보다 치타처럼 생긴게 유리할 수도. 근데 자꾸만 비효율적일 수 있는 인간 모양의 로봇을 만든다고 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웨이모의 핸들과 마찬가지로 익숙함 때문입니다. 로봇이 사람처럼 생기면 덜 위협적이고 친근하게 느껴지고, 사람이 하던 일을 쉽게 대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집안일을 하는 로봇이 사람이 아니라 문어처럼 생겼다면, 좀 위협적으로 느낄 수 있겠습니다. 이 외에도 지금 우리 주변의 모든 동선이 사람의 생김새를 기준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기능적으로 효율적인 모습이 아니라도 ‘사람 공간’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더 잘 활동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학창시절에 ‘과학의 날’에 이런저런 미래 모습을 상상해서 그렸던 기억이 나요. 언젠가 한번은 사람들이 밥 대신 먹는 김치맛 알약, 불고기맛 알약이 생산되는 공장 모습을 그려서 교내 대회 최우수상을 받기도ㅎㅎ. 낯설고 급진적인 기술이 많이 등장 중인데, 아직까지는! 사람 세계에 들어오기 위해 사람중심으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규제들이 너무 급진적인 변화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오랫동안 당연하다고 믿어온 정의들이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핸들없는 자동차’와 같은 형용모순적인 일이 많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