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앉은 순간도 예쁩니다.

정답이 아니어도 풀이과정에 후한 점수를 주고 일어나면 돼요.

by kangkot

오랜만에 과거의 나를 아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반갑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던 자리였어요. 관심 없는 눈 속에 실린 가벼운 호기심이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에게 큰 흥미를 가지지 않습니다. 진정 어린 관심보다는 그 자리의 어색함을 깨기 위해 소모되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지요. 표면적인 숫자와 위치, 또는 이슈거리가 될만한 것인지를 궁금해할 뿐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마음속 깊은 이야기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 역시도 그런 이야기들을 들어달라거나, 해달라고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나중에 이것저것 섞여 알아볼 수 없는 다 먹은 포장지에 담긴 일회용품처럼 돼버릴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아마 사람들의 문제가 아닌, 이미 피상적으로 변해버린 관계의 이상한 부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남 후에는 아,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이 온몸을 감쌉니다. 특별히 몸이 아프지도 않은데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힘이 들지요. 사실 이 이유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 자리에서는 평소 생각해보지 않은 나의 현위치를 자꾸만 가늠하게 됨이 이런 기분을 몰고 오는 원인이라는 것을요. 내가 하는 대부분의 것들의 순번을 매기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왜냐면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평가를 하고 있으니까요. 너무도 명확하게 매겨지는 순위과 평가가, 그것도 반가운 사람들 틈에서의 높낮이가 너무 거북스러워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기분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나도 불안하기 때문에, 자꾸만 잘 살고 있는 건지 궁금하고 알고 싶습니다. 가끔은 누군가 붙잡고 차라리 물어보고 싶어요. 그런데 아마 어떤 말을 들어도 쉽게 납득할 수 없을 겁니다. 말해주는 사람은 내가 아니니, 왜 이런 길을 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니까요. 잠깐 쉬고 나면 타인의 가벼운 호기심과 평가엔 별다른 악의가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떠오릅니다.


적어도 나는 나의 이유를 알고 있으니, 정답이 아니어도 풀이과정에 후한 점수를 주고 일어나면 돼요. 너무 오래 쪼그려 앉아있으면 다리가 저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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