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다른 태국> 마음이 닿는 곳
태국 롭부리 | 2
여행지의 아침은 언제나 새롭다.
같은 장소라도 빛이 바뀌면 완전히 다른 공간처럼 느껴진다.
롭부리에서의 둘째 날,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어제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순간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바나나&에그 카페에 들렀다.
카페 안쪽에는 작은 농장이 있었다.
농장은 조용하고 평온했다.
닭과 돼지가 느긋하게 거닐고, 염소와 소, 토끼들도 우리를 반겨주었다.
도시의 번잡함과는 완전히 다른 시간의 흐름이 느껴졌다.
간단한 식사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카트를 타고 농장 안쪽까지 들어갔다.
그리고 천천히 걸으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쨍한 날에만 담을 수 있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후, 다시 ‘태국의 뉴질랜드’로 향했다.
전날 저녁의 고요한 풍경이 깊은 인상을 남겼기에, 낮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같은 장소라도 빛이 다르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어제는 수면 위로 퍼지는 노을빛이 인상적이었다면, 오늘은 햇살이 반짝이며 물결 위로 흩어진다.
전날과는 또 다른 감각.
어둠이 감추고 있던 풍경들이 낮의 빛 속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멀리 보였던 산의 능선이 더 선명해졌고, 바람에 흔들리는 풀들도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멀리 보이던 물소 떼가 수면 아래에서 천천히 올라왔다.
한참 잠수를 하다 잠시 햇살을 쬐러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물소는 원래 물을 좋아하는 동물이지만, 실제로 물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
같은 곳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험이었다.
사진을 찍을수록, 다시 찾고 싶은 장소들이 늘어난다.
왜 이곳을 찍고 싶었는지, 왜 다시 오고 싶어지는지.
깊이 있는 이유는 지금 필요하지 않았다.
좋았으니까. 마음이 움직였으니까.
카메라를 든다는 것은 곧 그곳을 이해하고, 내 안에 새기는 과정이다.
롭부리에서의 이틀.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곳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내 시선과 감정을 담아낸 장소가 되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태국 곳곳을 찾아다닐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롭부리를 찾았을 때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날을 기대해 본다.
"그냥."
예전에는 이 말이 가장 무책임하게 들렸다.
질문을 피하려고, 깊이 생각하기 싫어서 던지는 말 같았다.
"왜 그렇게 했어?"
"그냥."
그 한마디가 성의 없어 보였고, 책임을 회피하는 느낌이었다.
사람은 뭔가를 할 때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믿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다르게 들린다.
"그냥"에는 가장 솔직한 마음이 담겨 있다.
억지로 이유를 만들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한 감정.
"왜 좋아해?"
"그냥 좋아."
"왜 이걸 하려고 해?"
"그냥 해보고 싶어."
이유를 묻지 않고, 따지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말.
이제는 가장 순수한 말로 느껴진다.
복잡한 생각을 붙이지 않아도,
그 순간 내가 느낀 것이 곧 답이 된다.
어쩌면 우리는 불필요한 이유를 찾느라
진짜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는 이제 이유를 찾느라 애쓰지 않는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결국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