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8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프롤로그] 태국 전국일주, 카메라에 담는 시간과 공간

태국살이 10년.

by KANGLLAMA Mar 14. 2025

태국살이 10년.

그 시작은 단순했다. 30대가 되자마자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들었다. 일본은 너무 가까워서 해외 여행 느낌이 덜할 것 같았고, 미국이나 유럽은 첫 여행지로는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동남아로 눈을 돌렸고, 그중에서도 치안이 괜찮고, 사진에서 본 강렬한 색감과 감성이 나를 사로잡은 태국을 선택했다. 솔직히 말해, 태국에 대해 아는 거라곤 ‘옹박’ 영화뿐이었다.


그때 나는 회사에서 쉼 없이 일하던 사람이었다. 휴가조차 수당으로 바꿔가며 일만 했다. 방송 제작, 영상 미디어 콘텐츠 제작을 업으로 삼아 나름 운 좋게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았지만, 정작 ‘쉼’이라는 개념을 잊고 살았다. 그러다 문득, ‘내가 이렇게 사는 게 맞나?’라는 질문이 들었고, 무작정 한국이 아닌 곳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고민 끝에 태국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처음 태국 땅을 밟았을 때의 신기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마치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다. 길지 않은 3박 4일의 일정. 계획도 없이 호텔 수영장에서 멍 때리고, 카오산로드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맥주 한잔하며 앉아 있던 그 순간이 왜 그렇게 좋았는지 모르겠다. 태국이 정확히 뭐가 좋은지 설명할 순 없었지만, 외국이면서도 이상하게 편안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짧은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나는 태국을 잊지 못했다.


몇 번 더 짧게 태국을 오가다 어느 순간, ‘더 나이 먹기 전에 변화를 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퇴사했고, 모아둔 돈과 퇴직금을 정리해 태국에 장기 거주하기로 했다. 그와 함께 유튜브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여행 유튜버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유튜브 수익이 크진 않았지만, 회사에서 시키는 영상이 아니라 내가 100% 원하는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


그러다 방콕에서 스냅 촬영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태국에서 스냅 촬영이 활성화되지 않았기에 손님도 거의 없었지만, 가끔씩 의뢰가 들어오는 촬영이 즐거웠다. 사실 나는 어릴 적부터 카메라를 좋아했다. 중학생 때부터 친구들 사진을 찍어주고, 연기를 시켜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도 했다. 카메라는 내게 본능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렇게 태국에서의 본격적인 삶이 시작되었고,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그 사이 스냅 작가로서 나름의 유명세를 얻었고,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고, 최근에는 아이도 태어났다. 내 30대는 태국에서 시작해 태국에서 마무리되었고, 이제 40대가 되었다. 태국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내 삶의 터전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코로나가 찾아왔다.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졌고, 경제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었다. 사진을 등한시했고,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가족을 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고, 내 눈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닌 카메라였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사진을 놓을 수 없다. 사진가로서의 삶을 죽을 때까지 살아가야겠다고.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가 바로 ‘태국 전국 일주’다.


태국하면 흔히 방콕, 푸켓, 파타야, 치앙마이 정도만 떠올리지만, 사실 태국은 한국보다도 큰 나라이고 총 77개 주(Province)로 이루어져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태국 곳곳을 기록하고, 사진으로 담아낼 것이다. 여행이 아니라 ‘출사’다. 좋은 사진을 남기기 위한 여정이다. 그리고 이 기록을 단순히 내 안에만 묻어두지 않기 위해 브런치에 연재하기로 했다.


내 사진은 나만의 색감과 시선을 담는다. 내가 바라보는 태국의 색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위적인 공간보다 자연 그대로의 공간을 더 선호하지만, 도시의 복잡함도 분명 사진 속에 담길 것이다. 다만, 도시를 담더라도 그 속에서 자연의 흔적을 찾으려 할 것이다. 결국,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니까. 하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자주 잊고 산다. 이 사진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쉼표가 되기를 바란다. 단순한 여행 사진이 아니라, 태국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기를. 이것이 내가 카메라를 들고 태국 전국을 여행하려는 이유다.


완성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조급하지 않게, 묵묵히 나아갈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사진가로서 한층 더 성장하고, 나라는 사람 자체가 더 단단해지는 시간이 될 거라 믿는다. 프로젝트 코드명은 #태투어타이77이다. 우리 아이의 별명 ‘태’, 여행을 뜻하는 ‘투어’, 태국을 의미하는 ‘타이’, 그리고 태국의 77개 주를 상징하는 숫자 ‘77’을 조합했다. 왠만하면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 출사하여 기록을 남길 것이다. 태국의 숨겨진 매력을 찾아 떠나는 여정. 첫 출사지는 ‘롭부리’다. 내가 이걸 처음 실행에 옮기기로 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장소이다. 


이제 본 편부터는 글보다는 사진으로 이야기를 나누자.

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2025.03 | Thailand_Lop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면, 구독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