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롭부리 | 1
태국 전국 일주 출사 프로젝트의 출사표를 던졌다.
기대감과 동시에 부담감도 한층 더해졌다.
어떤 사진으로 연재를 시작하고,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되었다.
프롤로그에서 이야기를 충분히 했다면, 이제는 사진으로 말해야 한다.
결론은 단순하다.
포기하지 말고 많이 다니고, 많이 찍는 것.
그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결론이 났다.
하지만 머릿속엔 온갖 고민들이 스쳤다.
"좋은 사진이어야 해."
"특별하고 멋진 곳만 가야 하지 않을까?"
"하다가 힘들어서 중도에 포기하면 어떡하지?"
결국, 다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나는 또 생각이 많아져 주저한단 말인가.
이제는 그렇게 살지 말자.
이끄는 대로, 오직 사진만 생각하고 나아가자.
그렇게 처음 찾은 곳은 태국 롭부리.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곳이었다.
오래전, 구글 지도를 보다 우연히 발견한 곳.
정식 명칭도 없이 ‘태국의 뉴질랜드’라 불리는 곳.
처음엔 그런 줄도 모르고,
그저 풍경이 좋아 보이는 장소로 체크해둔 곳이었는데
막상 와보니 그 느낌을 알 것 같았다.
강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저수지.
처음 발을 들이자마자 바다가 떠올랐다.
이곳은 바다였다.
파도가 거세지 않은, 아주 조용하고 고요한 바다.
잔잔한 물결이 끊임없이 일렁이고,
거칠지 않은 바람이 딱 시원할 정도로만 분다.
모든 것이 적당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마음의 영점 조정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완벽한 평온함.
살짝 낯설기도 했다.
일상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감각이니까.
한참을 사진 찍다가 문득 가만히 서 있었다.
내 마음의 영점은 어디쯤인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 순간을 늘 기억하기로 했다.
태국 전국 일주 첫 출사지에서 받은 가장 큰 선물.
이것을 품고, 앞으로도 계속 나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