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평온을 이룬 자리
흐린 하늘 아래,
물비늘처럼 반짝이는 강을 따라 나무다리가 길게 뻗어 있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딛는 한 걸음마다 이 마을에 스며 있는 시간이 느껴졌다.
이 다리는 태국과 몬족 마을을 잇는 연결선이다.
하지만 단순한 구조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탄압과 전쟁을 피해, 미얀마에서 넘어온 이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기술로, 자연의 것들로 만든 다리.
그 다리 위에서 그들은 아마 말 대신 마음으로 외쳤을 것이다.
‘평화.’
그 한마디를 위해 산을 넘고, 땅을 일구고, 문화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을은 조용하고 단정한 풍경 속에
불완전하지만 단단한 평온을 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내가 이곳에 와 있는 이유를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 내게 물으면
"왜 태국에 왔어요?"
나는 늘 웃으며 말했다.
“행복을 찾으러요.”
하지만 정작 그 ‘행복’이 뭔지는 나도 잘 몰랐던 것 같다.
그런데 이곳에서, 이 다리 위에서, 이 마을을 바라보며 알게 되었다.
내가 찾고 있었던 건 거창한 성공도, 찬란한 기쁨도 아닌, 그저 내 마음의 평화였다는 걸.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 헤매게 된다.
나 역시 그 중 하나였을 뿐.
그리고 지금, 여기서 잠시나마 숨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사진기를 든 이유도 바로 이런 순간을 붙잡기 위해서였는지 모른다.
출사는, 결국 내 마음의 풍경을 확인하러 가는 길이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
조용히 걸었고 조금은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