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보이는 나무이야기] 13화
미국에 사는 친구들이 일본만화 '이웃집토토로'(Tonari no Totoro)를 보고 켈리포니아의 레드우드와 같은 나무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어쩌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공룡이 살던 백악기 중생대에는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이 붙어 있었을 수도 있고 같은 측백나무과 라는 점도 , 그리고 비슷한 모양의 괴물이라는 점도 그러하다. 처음엔 같이 분포 되어 있다가 대륙이 갈려지고 그 환경에 적응 해 오늘에 이르렀는지도 모르겠다. 측백나무과 들은 태평양의 고온다습한 수분을 먹고 사는데 100미터가 넘는 높이까지 어떻게 수분을 끌어올릴까? 하는 궁금증이 거기에 있다. 잎으로도 측백나무과 들은 수분을 받아 들리며 살아간다.
삼나무는 일본에서 스기(スギ)로 표기하는 단일 수종이다.
'측백나무과>삼나무속>삼나무'.
영어 이름이 japanese cedar 인데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 것은 이름에 있다. 영어로 cedar는 단지 튼튼하고 웅장한 품질이 좋은 목재를 말하는데 삼나무를 앞 'japanese' 빼고 '시다'로만 불렸고 그것이 곧 삼나무는 시다로 인식되어 레바논삼나무 ,미국삼나무,히말라야삼나무 등으로 잘못 알려졌다. 이 모두는 삼나무와 아무 상관이 없는 나무들이다.
일본에서 삼나무는 애증의 나무이다. 오랜 세월 전설이 된 나무이고 물에 강해 목욕 관련 용품으로 만들어 많은 사랑을 받던 나무인데 국민의 25%이상이 장난 아닌 꽃가루 알레르기를 겪고 있다.
우리가 나무의 뿌리를 분류 할 때 심근성(深根性) 뿌리와 천근성(淺根性) 뿌리로 수종을 분류한다. 한국의 소나무는 심근성(深根性) 뿌리를 가지고 있어 좁고 깊게 내려가 산사태를 막아주는 반면 삼나무는 천근성(淺根性) 뿌리를 가지고 있어 아래로 뻗지 못하고 옆으로만 퍼져 있어 그냥 뽑혀 버린다. 그래서 한국 소나무를 많이 훔쳐 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함부로 베어 낼 수도 없는 나무이다.
목재로서 삼나무는 정말 형편없다. 나무가 무리고 소변 지린내같은 냄새가 나고 집 안에 가구들을 만들지 않는다. 거기에 남자들의 정기를 빨아 먹는다는 낭설도 있다. 물에 강하기도 하고 그래서 삼나무는 외장재로 많이 사용한다.
일본의 최남단 야쿠시마라는 섬이 있다. 미자야키 하야오작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의 배경이 되었던 이 섬에는 오래 된 삼나무가 많다. 우리나라에도 제주도의 비자나무 원시림이 있다. 아무튼 이 섬에서 천년 이상 된 삼나무를 '야쿠스기'라고 부른다. 그 중에서도 신석기 이전 나무들을 '조몬스기'라고 부르는데 수령이 7200년이 되었다는 나무도 있다. 믿지 않는다. 야쿠스기랜드에서 기겐스기 (紀元杉)라는 야쿠시마의 대표적인 야쿠스기가 있는데 이 나무는 차로 15분에 있으며 유일하게 차창 밖으로 볼 수 있는 나무이다. 높이 19.5m, 둘레 8.1m, 추정 나이 3,000년이다. 고요함 속에 우뚝 서있는 고목은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엄숙함까지 느껴진다. 이건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이다.
국내에서도 야쿠스기를 수입하여 테이블을 제작하는 분이 있다. 하지만 난 별로다. 그 돈이면 미국 월넛을 사오지 싶다. 물론 천 년 이상 된 나무여서 나이테는 화려하지만 색감은 월넛처럼 풍부하지 못하다.
사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