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보이는 나무이야기] 14화
지금까지 세계 식물학계는 유럽의 은행나무의 조상이 일본에서 가져왔다고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네델란드 동인도회사에 근무하던 엥겔베르트 캠퍼 (Engelbert Kaempfer·1651~1716) 가 2년간 일본에 파견 되면서 1730년 가져 간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캠퍼가 한국의 청도를 온 것으로 추정된다.(내 생각)
2010년 중국과 독일의 식물학자들의 조사에 의한 논문이 분류학회지 '탁손'에 실렸다. 한국11그루, 중국92그루, 일본18그루의 노거수 은행나무를 대상으로 분자유전학 분석을 통해 유럽14그루,미국10그루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에 관한 논문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중 한국의 6번 조사목이었다.
이 조사목은 유럽 대륙에 최초로 건너간 네덜란드(1730년)의 은행나무를 비롯해 이탈리아(1750년), 프랑스(1750년), 오스트리아(1770년), 미국(1784년), 독일(1826년)의 은행나무와 유전적 유사성이 매우 크지만, 일본의 18개 조사목과는 유사성이 거의 없다고 나타났다.
학회는 뒤집어졌다.
서양에 있는 오래 된 은행나무들의 어머니 6번 조사목은 경북 청도군 매전면 하평리 1323번지에서 자라며, 1995년 6월 30일 경북도 기념물 109호로 지정된 나무다. 조선 시대에 낙안당 김세중(金世中· 1484∼1553)이 1509년에 심었다고 전해지며, 수령은 약 500년, 수고 27m, 둘레 7.6m에 이르는 거대한 암나무다.
이 나무의 종자가 1730년대 유럽으로, 그리고 1784년 북미대륙으로, 유럽대륙에서 자라던 은행나무가 영국으로 건너간 시기는 1754년이고, 다시 30년 후 1784년 미국의 필라델피아로 건너간 것은 기록으로 남아 있지만, 아쉽게도 청도의 은행나무가 어떻게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대륙으로 건너갔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어쩌면 캠퍼에 의해서가 아닌 18세기 초 중국에 파견된 유럽 선교사들이 귀국길에 가져 갔을 수도 있다. 일본인들이 그래서 어쩐다고? 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게 팩트라고.
아무튼 일본에서 가장 오래 된 은행나무는 대마도에 있고 백제인들이 심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은행나무는 2억 년 전에도 공룡과 함께 북반구와 남반구에 펴져 있던 신비의 생명체다. 수천만 년 동안 가까운 친척이라곤 전혀 없이 유아독존의 형태로 존재한 기이한 수목이다. 고사리류와 침엽수의 중간 식물 형태를 아직도 간직하기 때문에 ‘화석식물’이라고도 일컫는다.
은행나무의 학명은 Ginkgo biloba 깅크고 빌로바이고 겉씨식물에 속하는 낙엽성 교목이다.
은행나무는 암수가 구별되어 있는데 가지가 위로 뻗어 있으면 숫그루 이고 옆으로 뻗어 있으면 암그루이다. "은행(銀杏)"은 "은빛 살구"라는 뜻이다. 흔히 열매로 여겨지는 은행나무 씨가 살구와 비슷하며 표면이 은빛 나는 흰 가루로 덮여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냄새가 매우 심하다.)
은행나무는 30년 가까이 자라야 씨를 맺는데, 따라서 "손자 대에 이르러서야 종자를 얻을 수 있는 나무"라고 "공손수(公孫樹)"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은행나무 잎이 오리발(鴨脚)과 닮았다 해서 "압각수(鴨脚樹)"로 불리기도 한다. 은행나무 목재는 "행자목(杏子木)"이라 부른다.
학명은 일본어 "긴쿄(銀杏, ぎんきょう)"를 잘못 발음하면서 깅크고가 되었다. 은행나무를 영어로 "메이든헤어 트리(maidenhair tree)"라고도 하는데, 이는 은행나무 잎이 "메이든헤어 펀 maidenhair fern)"이라 불리는 공작고사리의 잎과 모양이 비슷해 붙은 이름이다
느티나무, 팽나무, 은행나무를 3대 정자나무라고 말한다. 또, 껍질이 두껍고 코르크질이 많아 화재에 강하므로 방화수로도 이용된다. 목재로써 행자목은 재질이 가볍고 무른 편이어서 주로 서각에 많이 사용한다. 칼이 잘 나가고 질기다.
우리나라에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용문사 은행나무),
세계에서 가장 굵은 은행나무(반계리 은행나무),
세계에서 옮겨 심은 가장 큰 나무(용계리 은행나무)가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사진은 야사리 은행나무이다. 여름도 안 왔는데 가을을 생각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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