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새벽 두 시 반] 6회
어떤 사람들은 가을도 없이 겨울이 와버렸다고 얘기한다.
지극히 도시 사람이다. 감성이 약할수록 그럴 수 있다.
조금이라도 자연을 가까이해 본 사람은 안다.
자연은 허투루 건너뛰는 법이 없다. 반드시 순차적으로 지나간다.
남부지방 단풍은 24일이 절정이라 예상했는데 택도 없다.
아직도 애기단풍이 푸르디푸른 애기다.
아침 먹고 동네 한 바퀴 돌려고 나왔다 둘레길을 들어가 버렸다.
산에서 만 오천 보는 쉽지 않다.
귀가 열리는 둘레길이다.
맨 발의 아저씨가 지나간다. 대단하시다.
젊은 커플이 지나간다. 이것들은 땀도 안 나나... 손 좀 놓고 다니지.
여자 두 사람이 지나간다. 시집 잘못 간 친구 얘기를 한다.
멀리서부터 다 들리는데 3미터 전방부터 귓속말을 크게 한다.
더 잘 들린다. 귓속말은 왜 하는 건지...
모녀가 지나간다. '느가버지 밥'이란 말이 들린다.
남자들 5명이 지나간다. 달러 얘기, 주식 얘기를 한다.
어머니 세분이 지나가신다. 큰 딸 얘기를 한다.
지나가는 부부 1 - 말이 없다.
지나가는 부부 2 - 말이 없다.
지나가는 부부 3 - 말도 없고, 인상 좀 펴시지...
부부는 걸으면서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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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스미스 - Forgive 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