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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이의 엄마입니다.

솔직히 엄마라면 한 번쯤은 그런 생각 하지 않나요

by 워킹맘

나는 소위 연애하던 시절 남자의 '얼굴'을 보는 부류는 아니었다. 잘생긴 남자보다는 지적이고 따뜻한 남자가 좋았고, 정말 외모만으로 반하려면 최소 '전 세계 꽃미남 반열'에는 들어야, '이 정도면 다른 거 안 보고 만나볼 만하겠군'라고 생각하는 꽤나 도도한 여자 었다.


그랬던 내가, 그렇게 도도했던 내가 이렇게 호구가 될 줄이야.. 내가 첫아이를 품에 안고 산부인과 의사에게 처음 내뱉은 말은 "선생님! 예뻐요!"였다. 아이가 태어나면 태반에서 막 나와 이물질이 묻어있고 혹자는 개구리 같다고 하고 혹자는 외계인 같다고 하여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출산에 임한 터라 신생아의 외모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긴 했지만, 작고 조그맣고 눈만 껌벅이는 작은 생명체가 내겐 한없이 예뻐 보였다.


아이의 미모는 그 이후로 미친 듯이 성장했다. 백일쯤 되었을 때는 곰인형과 올려놓으면 누가 인형인지 모를 정도로 귀여운 '인형미(美)'를 뿜뿜하더니, 걸어 다니면서부터는 기저귀를 찬 엉덩이가 씰룩씰룩하는 ''아장미(美)"로 주변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말하면서부터는 입술을 오물오물하며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로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치명 미(美)"까지 겸비하셨고,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울고 가게 할 잠자는 그 모습은 단연코 우리 가정과 세계의 평화에 이바지하는 '홍익인간'의 아름다움이었다. 누군가는 이러한 나의 감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이 감정에 나를 놓아버렸다. 어느 순간 나의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이들이라 굳게 믿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이렇게 예쁜 아이들도 미운 짓을 할 때가 있다. 밥을 먹다가 수저를 던지거나, 옷을 안 입겠다고 드러누워 울거나, 장난감을 가져갔다고 동생을 때리거나 할 때는 나도 한계에 이르러 소리도 지르고 분노를 참지 못해 씩씩거린다. 그러다가도 분위기의 심각함을 감지하고 어느새 내 옆에 쪼르르 달려와 생글생글 웃으며 "엄마 미안"이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면, 나도 미인을 얻기 위해 간도 빼주고 쓸개도 빼주며 호구를 자청하는 여느 남자들과 전혀 다를게 없어진다. 예쁘니까 이해도 용서도 다 되더라..


이쯤 되면 우리 아이들이 특출 나게 예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가끔 티브이 프로그램이나 광고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이목구비가 어른처럼 반듯하고 오목조목하게 생겨서 수많은 랜선 이모팬을 양산하는 그런 예쁜 아이들 말이다. 하지만 전혀 궁금해할 필요가 없다. 아무리 내가 엄마지만, 그 정도로 객관성을 잃지는 않았다. 나도 그 원리가 잘 이해는 안 가지만, 그저 내 눈에는, 내 기준에는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예쁠 뿐이다.


사실 아이에게 '예쁘다'는 말을 해주는 걸 지양하는 편이기는 하다. 어디서 보니 결과보다는 노력을 칭찬해야 아이가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하던데, 다짜고짜 '예쁘다'라고 하는 것은 당시 기분은 좋지만 예쁜 것은 아이의 노력의 결과가 아니고, 아이가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하다면 아이가 발전시켜야 할 다른 성품이나 능력들에 경시하게 될까 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의식하지 않으면 시도 때도 없이 "우리 예쁜 땡땡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건 나도 내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오늘은 어린이날이니 워킹맘이건 호구 건 전혀 개념치 말고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나에게 보내주신 하늘에 감사하고, 참으로 귀하고 대접받아야 할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줘야겠다. 세상이 나를 욕하고 비난해도 괜찮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이들의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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