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의 글)
작년 4월이었다.
비엔나 한복판에서 마라톤 대회를 마주했던 것.
홀로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즐겁지만 힘겨운 비엔나 여행을 마치고 공원 주차장에 차를 가지러 가고 있던 중이었다. 쌍둥이 유모차에 타기에는 제법 큰 아이 둘을 태워서, 2km 떨어진 주차장에서 차를 가지고 다시 호텔로 돌아와 많은 짐을 싣고 집으로 떠나야 하는 꽤 버거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있어 도로는 통제되어 있었고, 때맞춰 그때 끝도 없는 주자들이 우리 앞을 달리고 있어서 길을 건너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난감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느낌 감정은 짜증이 아닌 감동이었다.
길거리에 서서 알지도 못하는 마라토너들을 조건 없이 환호성과 박수로 응원해 주는 사람들, 그 응원에 신이 나서 뛰는 러너들, 휠체어를 밀며 달리는 사람도 무척 많았고, 스스로 휠체어 바퀴를 힘껏 굴리며 가는 장애인도, 유모차를 밀며 달리는 엄마도 있었다. 나는 금세 눈시울이 붉어져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들에게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이렇게 마라톤의 생생한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한 것은 마치 운명과도 같이 느껴졌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필연이다. 그때가 5분 달리기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안 되었을 때였는데, 언젠가 꼭 나 또한 나만의 사연을 가지고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리라 다짐했다.
2월에 스위스에 사는 친언니와 통화를 하는데 언니가,
"4월 첫째 주 너 생일 때 프라하에서 하프마라톤이 있는데, 그 핑계로 거기서 같이 만나면 어때?"
라고 물어왔다. 언니는 몇 년 간 달려온 러너로 종종 하프마라톤에 참가하고 있었고, 나에게 달리기를 전도해 준 장본인이다.
"10킬로만 됐어도 내가 어떻게 연습해서 나가보겠는데, 그때까지 20킬로는 못 뛰겠다. 10킬로 대회 없나? 그런 건 어떻게 찾는 거야?"
라고 내가 말하자 언니는 인터넷 검색을 바로 했는지,
"비엔나에 5킬로가 있어!!"
"와, 진짜??"
그날 바로 비엔나 시티마라톤 홈페이지에 들어가 참가신청을 했다. 남편에게도 같이 뛰자고 했더니 생각보다 흔쾌히 오케이를 해줘서 함께 신청을 했다. 그동안 5분 10분, 1km, 정말 많이 뛰어야 2km 정도만 뛰었던 나여서 꾸준한 연습이 필요했다. 대회는 두 달 후 4월이었다.
아직 날이 추운데 할 수 있을까? 5km면 할 수 있겠지? 마라톤의 감동을 안겨주었던 바로 그 비엔나에서 나의 첫 마라톤이라니! 3년간 동유럽살기를 마치기 전 유럽에서 마라톤 대회에 나가보고 싶다는 막연한 버킷리스트가 이루어지는 걸까.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마라톤 신청으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