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죽으라는 법은 없다

어느 특별한 결혼식

by 강미정

결혼식에 갔다.

평소 갔던 결혼식과 다른 조금 특별한 결혼식이었다.


5년 전쯤인가.

장례식에 다녀온 남편에게서 회사 선배 이야기를 들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를 남겨둔 채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였다. 너무 마음 아프고 속상했다. 아내를 잃은 것도 너무 슬픈 일인데, 엄마 없는 갓난아기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 분의 결혼식이었다.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모임에서 만났다고 한다. 그 선배는 5살 남자 아이가, 그리고 만나게 된 여성은 7살인 남자 아이가 있고, 2년 정도 만남을 이어오다가 하게 되는 결혼이라 했다. 본 적은 없지만 너무 반가운 소식에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나도 결혼식에 가고 싶었다.


가족과 친한 동료만 모인 아주 작고 소박한 결혼식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둘이 함께 있는 것만 봐도, 남자 아이 둘이 형제처럼 장난치며 앉아있는 것만 봐도 뭔가 울컥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들은 주례 없이 형제, 부모에게 축사를 듣고, 부부가 서로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


한 때 세상을 원망하고 분노하며, 과연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두렵기도 했지만, 너무도 행복한 이 시간을 맞이하며, 어쩌면 우리가 이렇게 운명처럼 만나기 위해 신이 그런 장치를 마련한 것 같다며, 세상은 정말 살만한 것이라고, 고맙고 함께하자는 그 편지. 여러 사람들이 조용이 눈물을 닦았다. 안 그래도 결혼식에 가면 자주 눈시울이 붉어지는 나인데, 오늘은 잘 알지도 못하는 분들의 결혼식에 가서 많은 눈물을 흘리고 왔다.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190529135837_0_crop.jpeg

그래. 죽으라는 법은 없다.

아내의 죽음. 이제 막 태어난 아기.

남편의 죽음, 이제 두 돌 된 아기.

그들이 느꼈을 세상은 어땠을까. 얼마나 신을 원망하며 불공평하다 했을까. 그러나 그 아픔을 함께 나눌 운명 같은 자신의 짝을 만나고, 외로웠을 자녀에게 형제까지 생겨 더 단단한 가족을 이루게 되니, 원망했던 신에게 다시 감사하게 되지 않았을까.


그래, 세상은 살만한 곳이다. 그들이 내게 그런 희망을 보여주어서, 내가 생각지 못한 어떤 불행이 다가올지라도, 한번은 그들을 떠올리며 잠시라도 희망을 가져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함께, 남편이 지금 내 곁에 있음이, 아이가 내 곁에 있음이, 내가 아이 곁에 있을 수 있음이 새삼 소중하게 다가온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모든 언어가 내게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