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종종 친구 놈들에게 연애 상담이 오곤 한다. 뭐, 사람들의 연애가 비슷비슷하다 보니 싸우는 이유도 다 비슷비슷하다. 소재만 다를 뿐이다. 헛 나온 말 때문에 기분 상하게 한다든지, 의도치 않게 무시를 해서 삐치게 한다든지 말이다.
근데 이 글을 읽는 남자분이나 여자분이나 까놓고 말해보자. 사귀고 있는 사이인데 악의를 갖고 상대방을 무시한다거나 기분 나쁘게 하려고 일부러 뭔가 하는 애인이 어디 있을까? 아마 싸이코 패스나 쏘시오 패스 등이 아니라면 없을 거다. 그런 걸 알면서도 우린 연애할 때마다 항상 싸우곤 한다. 그리고 열폭을 한다. 왜 그럴까?
자기중심적 사고
사람은 모두 자기중심적이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모든 행동과 생각은 자신을 위함이기 때문이다. 봉사를 하는 사람도 결국에 봉사가 자신에게 정서적으로든 뭐로든 긍정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하는 거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사람은 모두 자기중심적이다.
근데 이게 자칫 삼천포로 빠지면 관심종자의 자기중심적 사고와 혼동 될 수 있다. 관계에 있어 매우 심하게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외로운 사람이기도 하다. 자기중심적인 태도와 행동 때문에 고집스럽고 강해 보이지만 결국에 사람들에게 '나의 생각과 나'를 어필하고 강요하는 이유는 '나'를 바라봐 달라는 관심의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뭐가됐든 각자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기에 연인과 트러블이 생기기도 한다. 상대방 입장과 생각이 뭔들 내가 먼저.
이성적 사고
그러다 보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면 반박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많게 된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그만의 자기중심적인 입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두 명이 각자의 세계에서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래서 상대방이 화를 내는 이유에 자신만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반박을 하려 한다. 주로 남자들이...=.=
이런 이성적 사고로 인해 다툼이 일어났을 때, 무작정 사과하고 잘못을 구하는 것이 싫을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라고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
사과는 내가 잘못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형식적인 행위이고,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는 것과는 다르다. 잘못한 것을 알아도 자존심 때문에 사과를 안 하는 사람이 있고, 사과는 안 하지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사과도 안 하고 미안한 마음도 전혀 못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사과는 하지만 미안한 마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 경우에 보통 여자들이 말한다. "뭐가 미안한데?"
뭐가됐든 이성적 사고는 연애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알파고와 사랑을 나누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대원칙
자기중심적인 이성적 사고를 깨는 원칙이 있다. 바로 판단은 받는 사람이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실수하는 게 뭐냐면 '나는 좋은 의도로 이랬는데 네가 오해한 거야. 네가 잘못이야'라는 방식의 사고다.
나는 좋은 의도로 300만원짜리 강아지를 선물했는데, 그 친구가 어릴 적 강아지에 물려 엄청난 트라우마가 있어서 나에게 다짜고짜 화를 냈다면? 내가 잘못한 거다. 의도가 어쨌든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거나 피해를 봤다면 전달자의 실수인 거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의 원칙을 기준으로 한다면 자기중심적인 이성적 사고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럼 사과는 서툴러도 미안한 마음은 전달할 준비가 된 거다.
아이메시지
커뮤니케이션의 대원칙을 기준을 삼았다고 치자. 그러면 이제 사과를 하게 될 텐데, 이 사과를 또 이성적으로 딱딱하게 하면 마음이 전해지지 않는다.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어.
당연히 뭘 잘못했냐고 반박이 올 대답이다. 사과를 할 때는 아이메시지로 감정을 담아하는 게 좋다. 유메세지는 상대방을 주어로 말하는 것이고, 아이메시지는 나를 주어로 말하는 건데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내 실수로 인해 네 기분을 상하게 해서
너무 속상하고 미안하다.
내 딴에는 너 기분 좋게 해주려고
서프라이즈로 선물한 거였는데
내 생각이 짧았던 거 같아.
오늘 하루 너무 마음이 쓰리다.
미안해.
아이메시지는 반박하거나 공격받을 거리가 거의 없다. 내 감정에 대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보통 다툼은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나 지적으로 인해 반발과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결국 싸움으로 번지기 마련이다.
다른 표현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왜 항상 나만 져주고 사과해야 하는데?" 근데 이건 져주는 게 아니다. 같은 내용을 표현만 다르게 한 것뿐이다. 지금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표현 대신 지금 내 감정을 표현하는 걸로 바꾼 거다. 그러니 이런다고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는 것 같다는 착각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사실 뭐 사랑하는 사람한테 자존심 내세워봤자 뭐하나 싶겠냐 만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게 기본이 돼야 하겠다.
딴소리긴 한데 사랑한다면 자존심을 내세우지 말아야겠지만, 상대방이 내 자존심을 의도적으로 뭉갯는데도 참는 사람은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타인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왜 썼냐 하면 이 프로세스로 새벽에 조언을 해줬고, 결국 그 친구는 약혼녀와 극적으로 화해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자랑하기 위해서...(나도 싸우면 잘 헤쳐나가야 할 텐데.. 장모님 저에게 힘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