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아주 작은 방이 있었다. 나는 반드시 이 작은 곳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다.
나의 꿈이 시작된 곳은 과거 1평짜리 나의 작은 방이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출입문 옆, 사용하지 않는 고정용 미닫이 문을 열면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문이 또 하나 보인다. 출입문 뒤에 숨어 있는 그 작은 공간이, 나에게는 하나의 완전한 세상이었다. 작은 책상과 접이식 의자, 나무 선반을 이어서 만든 책꽂이, 큰 창문 하나. 온통 내 마음대로 꾸민, 나무로 만든 그 작은 방이 나에겐 자유였고 행복이었다.
스물 하나에서 스물 다섯까지, 시골에서 보낸 다섯 번의 여름을 추억한다. 평화로운 한낮의 여름, 어느 시골 마을의 입구에 보이는 첫 번째 집. 나무로 짜인 마루와 허술한 낮은 대문, 그 흔한 울타리나 잠금장치 하나 없이 활짝 열어 놓은 문들,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새끼 강아지, 세 걸음만에 건널 수 있는 작은 도로와 그 건너에 풀숲, 감자밭, 낮은 산, 주인 없는 집 하나. 따가운 햇볕 아래 선선하게 불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 그리고 그 바람에 흔들리는 길가의 풀과 나무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디론가 흘러가는 구름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유일한 슈퍼 하나, 주말마다 돗자리를 펴고 누워 책을 읽던 작은 정자, 그 옆에는 큰 나무 한 그루. 그곳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보이는 연두색으로 넓게 펼쳐진 논들과 그 사이의 좁은 길, 반짝이며 졸졸 흐르는 작은 개울, 빛바랜 빨간색 트랙터, 주황색 반사경으로 보이는 연두색과 하늘색의 조화로운 시골 풍경. 낮에는 한가로이 새가 지저귀고 밤에는 개구리와 풀벌레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 캄캄한 길 양쪽에서 반딧불이가 별처럼 반짝이는 곳. 해가 지면 간판의 불빛이나 가로등 하나 없이 새까만 밤이 되고 달 하나만 덩그러니 환하게 빛나는 곳. 늘 같은 자리에서 마주하는 오리온 별자리, 침대에 누우면 창문으로 보이는 반짝이는 작은 별들. 내가 사랑했던 시골 여름의 풍경이다.
벽에 붙여놓은 사진과 메모지들, 블라인드가 바람에 흔들려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 물감을 칠하다 만 캔버스 액자와 알록달록 색연필들. 방안의 모든 것이 나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노트를 찢어 색연필로 그린 악보를 보며 하루종일 기타 연습을 하던 모습도, 창문을 열고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글을 쓰던 시간들도, 때로는 울다가 지쳐 그 작은 방에 움츠리고 누워 잠이 들었던 밤들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하루종일 작은 방 안에 스스로 갇혀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내 삶에서 가장 예쁜 한 조각인 그 시절을 나는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