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혼자 밥 먹을 때면 S는 우선 휴대폰에 저장해 둔 음악을 틀어둔다. 음악도 없이 밥을 먹을라치면 팍팍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때론 서글픈 감정이 몰려올 때도 있다. 음악을 틀어둠으로써 팍팍함이나 서글픔을 희석시킨다고나 할까.
싱크대 위에 반찬을 늘어놓고 밥그릇은 손에 든 채 서서 먹는다. 방 안을 왔다 갔다 거닐기도 한다. 집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면 서서 먹는 버릇이 들었고, 하여 앉아서 먹는 게 오히려 익숙하지가 않다.
쌀과 김치는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시골 부모님 집에서 가져오고, 떨어지면 쌀은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김치는 반찬가게에서 구입한다. 나머지 반찬들도 반찬가게에서 구입하는데, 멸치조림, 더덕무침, 매실장아찌 같은 것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두 컵 반가량의 쌀을 씻어 전기밥솥에 안치고 밥을 한다. 사흘 정도 지나면 밥이 바닥을 드러내고 그러면 바닥을 싹싹 긁어서 냄비에 넣은 다음 라면을 끓여 먹는다. 언제까지 이렇게 혼자 밥 먹는 삶을 살아야 한단 말인가, 하고 울컥해질 때가 있지만 길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고민한다고 해서 해소될 문제가 아니니까. 대신에, 애써 농사짓고 반찬 만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려 한다.
아침과 저녁은 집에서 먹고, 점심은 주로 밖에서 사 먹는다. 청국장, 뼈다귀해장국, 채식뷔페, 콩나물국밥, 불고기뚝배기를 돌아가면서 먹는다. S가 선호하는 밥집들은 조미료를 넣지 않거나 넣더라도 조금만 넣는 곳이다. 조미료를 많이 넣은 음식을 먹게 되면 S는 속이 좋지 않다. 예전에 어떤 중화요리점에서는 조미료가 겁나게 많이 들어간 짬뽕을 먹고 나서 곧바로 설사를 한 적도 있다, 몸을 부르르 떨면서.
가장 오래된 단골 식당은 채식뷔페를 하는 곳이다. 교습소를 이전한 장소의 같은 건물에 위치해 있어서 자주 가게 되었다. 부부가 운영을 하는데, 둘 다 비건(완전 채식주의자)이다. 고기나 생선은 물론 계란이나 우유도 먹지 않는다. 식당의 음식도 동물과 관계된 것은 조금도 없다. 버섯 탕수, 콩 스테이크, 청경채 샐러드, 애호박 볶음, 통밀전, 고추 튀김, 호박죽, 식혜……. 2년 전에 교습소로부터 4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으로 식당을 옮겼는데, S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꼬박꼬박 채식뷔페를 먹으러 가고 있다.
S도 마음적으로는 채식주의자가 되고 싶으나 고기를 먹던 오래된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채식뷔페를 먹고 나면 확실히 몸도 마음도 개운하다. 육식을 하고 나면 고기 냄새가 거북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좁은 공간에 동물을 가두고 항생제라든지 성장촉진제 같은 걸 주사하며 키우는 현대의 ‘공장식 사육농장 시스템’을 떠올릴 때면 육식을 하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무시로 든다. 그러나 육식 습관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되도록 그러한 생각을 차단하려 한다. 그저 눈앞에 보기 좋게 놓인 ‘음식’으로서만 받아들이려 한다.
무엇을 먹는가가 그 사람을 결정한다는데, S는 앞으로도 여전히 이러한 마음과 습성 사이에서 괴리감을 지닌 채 살아가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