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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와 준

Benny & Joon

by 이룸


평범한 남자가 있다. 베니. 정신과 치료를 받는 여동생이 있다. 준.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베니와 준. 베니는 여동생을 위해 헌신한다.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고, 집에 와서는 베니를 돌본다. 가끔씩 이웃들과 모여 마작을 하는 것이 유일하다시피한 휴식.

베니는 여동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여동생의 상태는 좋아지지 않는다. 그런 상태가 언제까지나 이어진다면……. 무미건조한 하루하루. 죽을 때까지 변함없을 것이다. 베니는 준을 위해 희생하고, 준은 베니의 보호 아래 집 안에 틀어박힌 생활.

새로운 인물이 그들 사이에 나타난다. 샘. 현실적이지 못한, 다 큰 아이 같은 청년. 하지만 예술적 감각이 풍부하다. 샘은 준을 '현실 문법'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틀 지워지지 않은 자유로움으로 행동하고 있는 그대로의 준을 만난다. 그리하여 샘과 준은 순수한 사랑을 나눈다. 베니 또한 샘을 통해 변화한다. 준을 위해 헌신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준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현실 문법'에 따라 준을 억압해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 자신 또한 자유로운 사랑을 나누지 못하고 딱딱하게 굳은 삶을 이어가고 있었음을…….


연인 사이에,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억압과 폭력이 난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사랑이라는 이름은 사실 자기만의 욕망이 만들어 낸 이기심의 다른 이름일 뿐인 경우가 많다. 자신의 생각대로 타인을 지배하고 소유하려는 마음의 산물이다. 그런 욕망은 타인에게 반발심만 불러온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경우에도 마음속에 억압되어 증오심을 잉태한다. 또한 그런 욕망은 자기 자신의 삶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되어 있다. 자승자박의 논리. 자기 자신이 만든 억압의 틀에 스스로 얽매여 쉬이 벗어나지 못한다. 변화가 필요하다. 샘과 같은 마음으로.

'현실 문법' 혹은 '자기만의 문법'에 얽매여 타인을 판단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타인의 방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현실에서 그렇게 변화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현실 문법'에 얽매여 살아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한 새로운 사랑은, 새로운 삶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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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제레미아 S. 체칙

출연 : 조니 뎁, 메리 스튜어트 매스터슨, 에이단 퀸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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