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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 피터 투이

by 이룸


우리는 감정에 관한 편견에 저항해야 한다. 감정은 제대로 대접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등급이 매겨지고, 평가를 받는다. 어떤 감정은 신뢰할 만하다고 여겨지지만, 순전히 위험하기만 해서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으로 취급되는 감정도 있다. 전자를 대표하는 두 가지가 행복과 공감이다. 사람들은 보통 이들 감정을 좋은 것으로 여기고, 따라서 많이 생겨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질투와 분노는 나쁜 것이라서, 가능하면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완전히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감정에는 좋고 나쁜 것이 없다. 이 감정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모두 같다. 곧 인간이 위험을 피하고, 기회를 활용하고, 사회적 관계를 활성화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번성하도록 돕는 것이다. 질투도 마찬가지다. 이 감정은 당신의 자리를 지키고, 필요한 것을 얻고, 당신의 유대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신속한 교정 행위가 이뤄져야 한다고 알려주는 신호다. 한마디로 질투는 당신이 이 세상에 계속 존재하도록 도와준다. - 피터 투이, <질투> 중에서 -


질투는 못난이가 갖는 감정이다. 세상에 남 부러울 것 없는 사람이라면 질투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세상 모든 걸 가진 사람은 없다. 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인 사람도 다른 분야에서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질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질투는 아기 때부터 드러난다. 엄마가 다른 존재에게 관심을 더 기울일 때 아기는 질투에 사로잡힌다. 엄마의 관심을 자신에게 되돌리기 위해 떼를 쓴다.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아기가 행하는 감정표현인 셈이다. 충만한 사랑을 받고 자란 아기는 세상을 안전한 곳으로 여기게 되고, 그렇지 못한 아기의 내면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도사리게 된다. 아기 때의 기본 심리가 평생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질투가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것은 연인이나 부부관계에서다. ‘배타적으로 소유’하고픈 심리에서 비롯한다. 연인이 다른 존재에게 친밀하게 대할 때 질투는 촉발된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 지향’이 아닌 ‘존재 지향’의 삶을 말했고, 마르틴 부버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와 그것’이 아닌 ‘나와 너’의 관계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삶이 성숙한 삶인 걸 알지만, 그렇게 사는 게 쉽지 않다. 사랑을 받으려 하기보다는 주려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마음 같지 않다.


의심이 싹트게 되면 집착하게 되고, 눈과 귀가 확장된다. 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듣고 싶은 것만 들린다. ‘확증 편향’으로 치닫는다. 화가 부풀어 오른다. 상상력까지 가세하여 사건이 심대해진다. 열불이 난다. 다른 일들은 사소해지고 연인의 배신만이 가슴속을 꽉 채운다. 미행, 감시, 스토킹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폭행이나 살인이 벌어지기도 한다.


질투라는 감정은 인간 삶에서 전방위적이다. 정치, 경제, 문화…… 모든 영역에서 출몰한다. 역사를 보라. 정적을 제거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야당 대표 제거 및 독재를 획책했던 12‧3 내란 사태도 당연히 포함된다). 기업 간에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상대방을 음해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자영업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내 가게는 파리만 날리고 있는데 근처에 있는 같은 업종의 가게에는 손님들이 북적북적할 경우 그 가게에 불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에 휩싸인다.


질투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질투라는 감정이 없다면 권태로운 삶이 될 수도 있다. 스트레스와 비슷하다. 스트레스가 아예 없으면 어떤 의욕이나 욕망도 있을 수 없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문제다. 백색소음도 같은 맥락이다. 지나친 소음은 당연히 집중에 방해되지만 너무 고요해도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질투도 적당한 선을 지킨다면 사랑이나 성취의 자극제로 기능할 수 있다. 질투를 유발하는 대상에게 적개심을 가지기보다는 그 대상의 좋은 면을 본받고자, 또는 뛰어넘고자 궁리하고 노력한다면 삶이 한층 더 활기차게 변화될 것이다.


물론 ‘소유보다 존재’를 지향하고 ‘나와 너’의 관계로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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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질투

지은이 : 피터 투이

옮긴이 : 김현희

펴낸곳 : 니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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