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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Aug 26. 2018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

금강요정 4대강 취재기

간혹 지방으로 여행을 갈 때마다 금강 어귀를 지나고는 했다. 부산을 갈 땐 금강 휴게소를 경유하기도 했고, 충청도 어드메를 여행할 때엔 차창 밖으로 금강을 조금씩 구경할 수 있었다. 멀리서 언뜻 보았던 금강은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물론 '4대강' 사업이 우리의 생명에 위협을 처하고 있다는 것쯤은 MB의 임기 시절부터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막연하게만 비판할 뿐이었다. 금강과는 먼 곳에서 지내며 직접 들여다본 적은 없었던 바로 그 4대 강을 보여주는 책,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의 감상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수준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또 알 수 없는 게 '자연'이라는 것을 이번에 또 깨닫게 된다. 내가 그동안 스치듯 보았던 금강 그리고 4대강, 심지어 가까이의 한강 조차도 결코 괜찮지 않다는 것을.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은 저자 김종술 씨가 시민기자라는 열악한 조건에서 금강의 실태를 기록한 책이다. 금강에 대한 아픔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취재하는 본인의 고통과 아픔, 그리고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슬프면서 힘차게 담긴 책이다. '4대강 전문 기자'라고 칭해도 전혀 과장이 아닌 저자는  만신창이가 된 금강에서 먹고 자면서 이 책을 썼다. 그러나 단순히 취재 기라고 하기엔 이 책은 너무 무섭고 잔혹하다. 물 없이 하루도 살 수 없는 인간이기에 읽는 것만으로도 목이 메어올 것이다.



위에서도 말했듯 이 책의 모든 문장은 저자가 금강에서 '먹고 자면서' 쓰였다. 그런데 이 말은 단순히 밀착취재의 밀도를 표현한 것은 아니다. 저자는 진짜로 금강에서 물을 떠서 마셔보고, 큰 빗 이끼벌레도 먹어보며 직접 금강의 오염실태를 확인했다. 밤에는 금강 근처의 풀숲에 누워 새벽이슬을 이불 삼아 잤다고 하니 극한의 탐사보도 정신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이런 취재 에피소드가 책의 초입 부분부터 나오는데, 독자 역시도 금강에 가있는 느낌을 받을 것이고 여간 찝찝한 마음이 가시지 않을 것이다. 금강이 자연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고 맑고 아름다웠다면 독서의 처음부터 싱그럽고 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겠지만, 예상대로 금강의 현실은 공포의 초록으로 뒤덮인(이끼, 유기물) 죽음의 뻘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의 감상을 특별한 문장으로 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사실 이 책의 모든 느낌과 감상은 이미 책 제목에 다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죽어가는 금강을 몸 바쳐 탐사하고 취재했다. 하던 일도 그만두고, 전재산을 바쳐 금강의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바쳤다. 인간관계도 무너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금강의 현실뿐만 아니라 저자가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아가며 취재를 지속해 나가는 일대기를 읽다 보면, 금강에 대한 충격과는 별개의 이런 사실도 잘 모르고 편하게 살고 있는 나 자신으로 인한 불편한 마음이 생기기는 한다. '자기 삶을 포기하면서 까지 취재를 하는 것은 너무 과한 것은 아닐까', '돈은 고사하고 건강도 악화되는데 계속 취재를 하는 건 미련한 일이 아닐까' 물어보고 싶기까지 하다. 만약에 나의 지인이나 가족이 이런 취재에 몸을 바쳤다고 한다면... 나 역시도 말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무엇보다도 '산다는 것'을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 삶의 터전,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비롯한 여러 생태계 구성원들을 위해서 한 일이다. 책 제목은 마지막이 '죽음'으로 되어있지만, 다시 살아나 상생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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