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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Oct 25. 2023

똥 싸는 사람과 싸울 것인가?


공자가 길가에서 똥 싸는 사람은 혼내고, 길 한가운데서 똥 싸는 사람은 못 본척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길가에서 똥을 싸는 사람은 최소한의 수치심이 있는 사람이어서 교육이 가능하지만 한가운데서 싸는 사람은 바뀔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바뀔 수 없다는 '하우불이(下愚不移)'. 썩은 나무에 조각할 수 없다는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를 잘 보여주는 일화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vs. 누구라도 변할 수 있다" 논쟁에 대한 공자의 답변이랄까? 나도 큰 틀에서는 동의한다.


최근에 만난 사업가 분도 비슷한 말을 했다. 사업 초기만 해도 모든 사람이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고 한다. 잘 바뀌지 않는 사람은 그래서 특히 신경을 써서 케어했다고 한다. 10여 년이 흐르고 그분이 알게 된 점은 죽어도 바뀌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살다 보면 길 한가운데서 똥 싸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런 사람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면 둘 중에 하나다. 운이 매우 좋거나 내가 그런 사람이거나.


이러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공자가 말한 대로 최대한 조심스레 지나치는 게 나은 것 같다. 그들이 바뀌지 않음은 물론이고, 나의 도움이 그들에게는 폭력으로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큰 변을 당할 수도 있다(두 가지 의미로).


이해보다는 인정이랄까? 개그맨 유세윤이 자주 말하듯 "아 그럴 수도 있구나"라는 마음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인간은 어차피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 나의 생각의 틀을 갖고 타인이 되어보는 '타아'를 경험할 뿐 미지의 세계에 있는 '타자'를 알 수는 없다. 이해하는 노력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해의 불가능성을 말하고자 함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해해야 하는 대상은 최대한 이해하려는 노력,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인정하려는 노력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반성도 해본다. 누군가의 눈에 내가 길 한가운데서 똥 싸는 사람은 아닐지. 최소한 길가에서 싸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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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Cur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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