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임장이 지각하거나 일찍 끝낸다 2. 모임장이 말이 너무 많거나 너무 적다 3. 멤버들에게 균등한 시간 배분을 하지 못한다 4. 속칭 '빌런'을 방치한다 5. 경청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 100개 이상의 독서모임을 참여하며 느낀 점. 스스로 늘 주의하는 점
[사족]
작년부터 내가 하는 일을 소개할 때면 다음과 같이 말하곤 한다.
"평일에는 브랜드 컨설턴트, 주말에는 독서 모임장"
본업과 부업 개념으로 나누면 '더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로 위계가 나뉘는 것 같아서 요일로 하는 일을 나누어 설명하는 편이다. 나에게는 둘 다 중요한 일이고 서로 시너지가 나는 일이다. 둘 다 잘해야만 하는 일이기도 하다. 돈을 받고 하는 일이니 말이다. 고객이 지불한 가치 이상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떻게 고객이 만족하는 가치를 줄 수 있을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 어떻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을까?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고객이 원한다고 말하는 것 이면에 숨은 진짜 니즈(needs)와 원츠(wants)를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통찰력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내가 활용하는 방법은 '직접 고객이 되어보는 것'이다. 나는 이를 타깃팅(Targeting)이 아닌 타깃빙(Targetbeing)이라 부른다. 직접 고객이 되어보면 고객 관점에서 불편한 점과 좋은 점이 뚜렷하게 보인다. 독서 모임장을 하면서 100개 이상의 독서모임에 고객으로 참여한 이유이기도 하다.
나쁘기만 한 모임은 없다. 그리고 좋고 나쁨은 주관적이기에 내가 쉽사리 말할 수도 없다. 다만 참여자가 회차가 지날수록 많이 빠지거나, 만족도가 여러 측면(후기 등)에서 낮은 모임은 '나쁜' 모임은 아닐지언정 '잘 안 되는' 모임이라고는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모임의 특징을 곰곰이 살펴보았다. 크게 다섯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모임장이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모임장이 늦는 모임이 생각보다 많았다. 너무나도 당연한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모임은 대부분 만족도도 떨어졌다. 일단 모임 시작 전에 모임장이 없는 공간에서 참여자들끼리 서먹서먹하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좋은 분위기로 시작할 수 없다. 뒤늦게 도착한 모임장이 허겁지겁 모임을 시작하고 진행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어수선해진다. 여러모로 집중하기 힘든 분위기가 지속된다.
여기에 더해 모임을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끝내는 경우도 많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경우는 모임장이 참여자의 동의 없이 30분 일찍 끝냈을 때다. 마치 30분 일찍 끝내는 게 당연한 듯 끝냈다. 나를 비롯한 다른 참여자들 모두 불편한 기색을 보였지만 모임장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해당 모임은 얼마 지나지 않아 폐지되었다. 모임장은 반드시 시간약속을 지켜야 한다. 다만 참여자가 동의한다면 조금 늦게 끝내는 것은 괜찮다.
두 번째는 모임장이 말이 너무 많거나 너무 적은 경우다. 말이 너무 많은 경우는 모임이 아니라 강의가 되곤 한다. 심한 경우에는 재미없는 스탠딩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모임의 핵심인 '대화'가 사라지는 것이다. 반대로 모임장이 말이 너무 적은데, 심지어 참여자들도 말이 없으면 싸늘한 침묵이 흐른다. 어색한 침묵을 견디는 것만큼 고역도 없다. 모임장은 참여자의 대화가 원활히 이루어지는 마중물정도로 이야기를 하면 좋다. 전문가로서 모임을 진행한다면 참여자의 의견에 피드백을 주는 것도 괜찮다.
세 번째는 모임장이 멤버들에게 균등한 시간을 배분하지 못하는 경우다. 시간 배분이 균등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두 명의 참여자가 모임을 주도하게 된다. 심할 경우에는 한 두 명을 제외한 모두가 방청객이 된다. 모임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참여자에게 균등한 발언권을 주는 것이다. 물론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더 좋아하는 참여자도 있지만 최소한 모임에 참여해서 한 마디는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모임에 참여해서 자기소개 이외에는 한마디도 못하고 가는 참여자를 꽤 많이 보았다.
네 번째는 모임장이 속칭 '빌런'을 방치하는 경우다. 빌런의 어원을 고려했을 때 쓰고 싶은 단어는 아니지만, 그렇게 통용되고 있기에 이 용어를 부득이 쓴다. 빌런이라는 개념이 상대적이라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힘들다. 누군가에게 빌런이 누군가에게는 히어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다수 참여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사람을 빌런이라고 칭한다면 모임장은 반드시 이들을 제어해야 한다. 인신공격을 한다든지, 상대방의 말을 자주 끊는다든지, 혹은 모임을 독점한다든지의 행위는 모임장이 제어를 해야 한다. 참여자들이 마음 편히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 또한 모임장의 역할이다.
다섯 번째는 모임장이 경청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는 경우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경청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경청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는 말이다. 경청하더라도 참여자가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면 결과적으로는 경청하지 않는 게 된다. 참여자가 집중해서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된다. 잘 듣고 있다는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알려야 한다. 적절하게 아이컨택트를 한다든지, 아니면 참여자가 한 말을 기반으로 대화를 이어 나가든지와 같이 말이다. 본인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중요한 점은 참여자의 말을 집중해서 듣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잘 안 되는 독서모임의 특징을 정리하다 보니 독서모임장으로서의 내 모습도 반추하게 된다. 나는 잘하고 있는지. 더 잘할 수는 없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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