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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y 31. 2024

들어가며 - ZERO? ZERO, ZERO!


브랜딩은 자신 있었습니다. 대기업 마케팅팀에서 규모 있는 브랜딩 캠페인을 진행했었고 사원으로서 이례적으로 최고 등급의 고과를 받기도 했습니다. 마케팅 회사를 공동 창업하고 나서는 국내 유 수 기업들의 브랜드 컨설팅도 해 보았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브 랜딩 관련 책도 수백 권을 읽었기에 ‘이론’과 ‘경험’ 모두를 갖추었다고 자부했었습니다. 하지만 큰 착각이었습니다. 작은 브랜드의 브랜딩을 담당하면서 저의 부족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기업에 유효했던 브랜딩이 작은 기업에는 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작은 브랜드는 브랜딩에만 초점을 맞추어 활동할 수 있는 돈과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야심 차게 브랜 딩 캠페인을 시작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매출’을 생각해야 했고, ‘이익’을 고려해야만 했습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 씨를 뿌렸는 데 한 달 뒤에 수확물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생존하기 위해서 는 사냥이라도 해야 했습니다. 어느 순간 장기적인 관점의 브랜딩과 단기적인 관점의 세일즈 프로모션이 정신없이 혼합되면서 그 어떤 것도 아닌 괴생명체가 탄생했습니다. 결과는 모든 것을 놓친 참패였습니다.


‘브랜딩이라는 게 꼭 필요한 걸까?’라는 본질적인 의문이 들었습니다. 브랜딩이 필요하더라도 그것은 대기업 이야기이지 작은 기 업에는 필요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브랜딩 신봉자였던 저의 세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둥글다고 굳게 믿었던 지구가 평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돌파구가 필요했습니 다. 어제의 지식과 경험만으로는 오늘의 문제를 풀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경험과 지식을 싹 다 지우고 브랜딩을 다시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다시 ZERO로 돌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작은 브랜드에겐 브랜딩 할 돈도 시간도 ZERO


작은 브랜드의 고충을 알아보기 위해 먼저 대표님들을 만나러 다녔습니다. 오프라인 가게를 운영하는 대표님, 콘텐츠 사업을 하는 대표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대표님,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대표님 등 다양한 분야의 대표님을 만나고 또 만났습니다. 각자의 상황과 고민은 달랐지만,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먼저 브랜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끝없는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단한 브랜드가 필요하다 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브랜딩이라는 것도 말입니다. 생존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 브랜 딩은 필수라는 것을 모르는 대표님은 없었습니다. 두 번째 공통점 은 모두 브랜딩을 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분들에게는 하루하루 생존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즉각적인 매출 그 리고 생존할 수 있는 이익이 그 무엇보다 우선이다 보니 따로 브랜딩 할 돈도 시간도 ZERO에 가까웠습니다. 이것이 큰 문제였습니다.


모두가 답을 알고 있으나 답을 속 시원히 적을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랄까요? 작은 브랜드에는 큰 브랜드가 갖고 있는 펜도 종이 도 없었으니까요. 전혀 다른 브랜딩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작은 브 랜드에 최적화된 브랜딩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작은 브랜드를 위한 ‘브랜딩 법칙 ZERO’


작은 브랜드에 초점을 맞추어 시중에 나온 브랜딩 관련 책을 모조리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동네 도서관의 브랜딩과 마케팅 서가에 더 이상 읽을 책이 없을 때까지 읽고 또 읽었습니다. 도서관에 없는 책은 서점에 가서 구매해서 읽고 우리나라에 없는 책은 영어 원서를 주문하여 읽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도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읽었습니다. 이렇게 수백 권을 집중해서 읽다 보니 서서히 답 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얻은 답을 검증해 보기로 했습니다.


성공한 사업가와 업계 전문가를 차례로 만났습니다. 책을 통해 얻은 답이 맞는지 검증을 했습니다. 대화를 통해 현실성이 떨어지는 내용은 지우고 새롭게 배운 내용은 더했습니다. 흐릿했던 답이 조금씩 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책과 대화를 통해 만난 고수들의 지혜를 저만의 시선으로 이어가다 보니 ZERO라는 하나의 단어가 완성되었습니다.


[Z]igzag: 극단적 차별화 

[E]ngage: 고객 참여 

[R]epeat: 반복 또 반복 

[O]ptimize: 최적화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의 ZERO는 군더더기를 최소화한 브랜딩 프레임워크(framework)입니다. 코카콜라 ZERO가 칼 로리를 최소화했듯이 말이죠. 필요 없는 내용은 덜어내고 또 덜어 냈습니다. 긴 내용은 짧게, 어려운 내용은 쉽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누구든 쉽게 이해하고, 어떤 비즈니스에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말이죠. 뜨거운 물체를 만지면 반사적으로 손을 떼듯이, 코에 이물질이 들어가면 의식하지 않아도 재채기하듯이 ‘브랜딩 법칙 ZERO’도 반사적으로 그리고 자동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브랜딩 프레임워크이기를 바라며 만들었습니다.


고대 로마의 건축가는 교량(Bridge)을 지은 뒤 그 아래에서 일정 기간 거주했다고 합니다(역사적 사실에 대한 진위에는 논란이 있습니다). 본인이 지은 건축물에 대해 앞장서서 책임을 진 것이죠. 이처럼 《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는 제가 직간접적으로 만난 고수들의 벽돌로 쌓아 올린 교량이고 그 아래에서 저도 일정 기간 거주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어떤 브랜드를 만들더라도 제가 반드시 활용할 프레임워크라는 뜻입니다. 그만큼 책임 의식을 갖고 고 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만들어 봤습니다. 생존을 넘어 단단한 브랜 드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교량이 되기를 바라면서요.


Part 1. '브랜딩'에서는 ‘브랜딩은 무엇이고 왜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답을 알아볼 것입니다. Part 2. ‘브랜딩 법칙 ZERO’를 통해서는 ‘브랜딩을 어떻게 해야 하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다양 한 사례를 통해 그려 볼 것입니다. 다시 말해 ‘브랜딩’이라는 ‘방향’을 확인하고 나서 ‘구체적인 발걸음’을 한 발 한 발 내디딜 예정입 니다.


책을 덮고 나면 책을 펴기 전과는 전혀 다른 나 자신을 보게 될 것입니다. 장사에 브랜딩을 더하고, 가게를 넘어 브랜드를 갖게 될 나의 모습을 그리게 될 것입니다.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하는 어제 의 내가 아닌 나만의 브랜드로 매일 성장을 이어가는 미래의 나를 보게 될 것입니다.


브랜딩 할 돈도 시간도 ZERO인 여러분을 위한 브랜딩 이야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오후 7시 22분에 해가 지는 어느 날에 

김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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